저가형 가전매장인 대형 양판점이나 할인마트의 횡포로 납품업체나 납품 희망업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들이 입점 납품업체들에 대해 물품을 납품하고도 몇달씩이나 결제를 지연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결제조건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짜리 어음으로 끊어주고 있다.

한 대형양판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 컴퓨터회사인 J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리점에서는 물품을 보내고 나면 다음달에 결재가 이뤄지는 데 대형 양판점이나 할인마트에서는 3~6개월씩 결제를 해주지 않고 어음으로 주고 있어 자금을 돌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해전 급성장하다가 부도처리됐던 현주 컴퓨터의 경우, 무리한 사업확장도 원인이 됐지만 양판점들의 횡포에 가까운 일방적인 어음 결제로 자금이 돌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며 "대부분 말을 못한 채 속을 끓이고 있는 실정"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를 조립 판매하는 업체들도 양판점 입점상담을 했다가 일방적인 어음결제 조건 제시에 발길을 돌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대형 양판점이나 할인점에 납품을 하고 있지만 마진은 커녕 대형 양판점의 마진을 챙겨주기 바쁘다는 지적이다.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등 대형 가전판매장이나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 등은 평균 마진율을 14~15% 정도로 잡고 있어 애초 마진폭을 10% 내외로 책정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손해를 보지 않으면 다행인 실정이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마진율이 평균 10% 정도여서 대형 양판점에 입점, 판매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납품업체들로서는 매출은 늘지만 매출이 늘어날 수록 손해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대형 양판점들이 최저가 판매를 지향하기 때문에 납품가를 높여주지도 않아 제품이 좋다고 해도 납품할 수 없는 처지다.
 
경기도 부천 소재의 중견 컴퓨터제조업체인 S사는 최근 2년동안 국내 최대 양판점인 H사 입점을 추진하다가 대기업의 윤리와 횡포에 질린 채 입점을 포기한 상태다.

이 업체는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생산하며 연간 매출이 평균 150~200억원을 올리며 전국에 700여개의 대리점망을 갖추고 있다.

S사는 마진율을 10%로 책정하고 있지만 하이마트에 마진율 14%를 맞춰주다보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입점상담을 포기하고 대리점 판매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업체들을 막론하고 납품업체들은 자체 마진은 고사하고 대형 유통회사의 마진 챙겨주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유통구조 때문에 저가형 대형 할인매장에서 파는 제품은 자체 매장이나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기능이나 품질면에서 떨어진다.

납품업체들이 최저가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판매점에 가격을 맞춰야 하다보니 사양이나 기능을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IT전문지 기자로 근무하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유통업으로 전업한 김모씨는 "대형양판점이나 할인마트에 납품되는 제품은 일반 시중의 제품과 비교할 때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요즘은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IT제품들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어 사양을 속이는 경우는 많이 줄어든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컴퓨터제조업체인 S회사의 경우 2년 전 입주를 하기위해 1년간 상담을 진행하다가 현재는 사실상 포기하고 자체 대리점망에만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S업체 기획팀의 김 모씨는 "대기업의 경우 마진율을 대개 30% 정도로 잡고 있기 때문에 하이마트 등의 마진율을 10% 정도 주고도 하이마트의 최저가 원칙에 부응하면서도 10% 정도의 마진은 챙기는 게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제품에 붙는 마진율이 10% 정도인데 자체 마진은 커녕 양판점 마진율도 챙겨주기도 빡빡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 가전양판점의 경우 바이어(구매담당) 부서에서 그렇게 입점하고 싶으면 제품안에 들어가는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 사양등급을 낮춰 원가를 절감해서 납품하는 방법도 있다"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뜯어보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편법을 권장하기도 해 대형할인마트의 횡포에 탄식이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IT전문기자에서 전업한 김 씨도 "용산전자상가에서 대형할인점에 입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사실이지만 대형유통할인점에 들어가봐야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대형 양판점에 들어가는 데 성공하더라도 매출은 늘 가능성이 있지만 판매할 수록 손해를 떠앉는 게 현실이다.
 
양판점들은 대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반기는 반면 중소기업제품에 대해서는 상담 자체를 꺼리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 입장에서 볼 때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납품업체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검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중소납품업체들에겐 엄청나게 높은 차별장벽이 되고 있다.

하이마트의 관계자는 "납품업체의 안정성과 제품 공급 지속성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후 처리능력이나 서비스 등을 철저히 따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우는 품질이나 안정성 등이 보장되지만 중소업체들에 대해서는 불안한 측면이 있어 가능한 대기업 위주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소업체들의 경우 가격을 맞추려다 보면 품질과 기능을 일반 시중제품에 비해 낮게 해야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 기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가급적 중소기업과의 거래는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불만이 발생했을 경우 회사에 미칠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품질이 좋은 일부 중소기업들까지 판로 접근을 사실상 차단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참여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화두로 삼고 있지만 할인 양판점업계에서만큼은 상생의 기운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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