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상정된 안건을 통해 올해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유통업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상정된 안건을 통해 올해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유통 및 식품업계의 ‘슈퍼 주총위크’가 시작됐다.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통해 각사의 한 해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린다. 올해 유통업계의 화두는 ‘신사업’과 ‘안정’으로 풀이할 수 있다.

23일 신세계가 ‘슈퍼 주총위크’ 스타트를 끊었다. 신세계는 이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곽세붕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강경원 전 감사원 제1사무차장, 김한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 △이사보수한도 결정의 건 등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의장인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의 인사말을 통해 신세계의 올해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올해 전망에 대해 “코로나 이후 리오프닝에 따른 기저 효과는 현저히 줄어들고, 소비심리 위축과 더불어 금리·물가 인플레이션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타개책으로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을 제시했다. 디지털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자금 흐름을 개선하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I·NFT·신세계 앱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마케팅을 고도화하고, 데이터 기반 경영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금조달 및 투자 우선순위 결정 등 현금 흐름을 개선하며, 습관적인 지출에 대해선 쓰임새를 돌아보겠다”면서 “브랜드와 고객 자원, 오프라인 자산을 기반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신세계는 지난해 주총 당시 미술품 사업 확장을 위해 인터넷 경매·상품 중개업, 인터넷 콘텐츠개발 및 공급업 등 7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사업 확장 대신 안정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주총을 앞둔 다른 유통업계 전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백화점은 28일 주총이 예정돼 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을 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과 채규하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사업 부문에는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 여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사업목적 추가는 신사업 확장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보완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다른 곳에서 매출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기존 사업을 보완해 이를 충당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여행업은 엔데믹에 늘어날 여행객 수요를 잡기 위한 대비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H몰에서만 여행상품을 취급했으나, 이번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된 뒤엔 더현대닷컴에서도 여행상품을 취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신세계와 롯데는 각각 SSG닷컴과 롯데온을 통해 이미 여행업과 알선업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화장품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은 자체 클린뷰티 편집숍인 ‘비클린’ 확대를 위한 것이다. 최근 MZ세대의 지지를 얻으면서 매출 비중이 올라가 화장품 직매입 등에 직접 개입할 것을 의미한다”고 다르게 해석했다.

27일엔 롯데 주요 계열사가 주총을 연다.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주총에는 신동빈 회장 2년 임기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돼 있으며, 롯데제과는 민명기 대표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과 이원준 전 롯데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전무)와 장호주 롯데쇼핑 쇼핑HQ 재무본부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해 공백을 메운다.

사업부문을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주택 건설과 전자금융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유통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은 쇼핑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 출범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택 건설 사업은 슈퍼사업부가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사업 마무리시 해당 건물은 종합상가와 315가구 아파트가 함께 있는 39층 규모 주상복합 건축물로 거듭난다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암호화 자산 개발·매매·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NFT(대체불가능토큰) 발행·판매·중개를 위한 것으로, 유통업계가 자체 캐릭터를 활용해 NFT 멤버십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한 움직임이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미래 사업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사업목적에 추가하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마트는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 외에도 전기충전사업을 포함한 전기 신사업 및 전기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전기차충전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마트는 이미 15개 매장에서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 330기와 완속 충전기 140기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주총 이후엔 전국 이마트 점포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이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또 주류소매업과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스타필드 하남에 대규모 종합 주류 전문 매장을 오픈할 예정으로, 이마트의 새 전문점 사업은 2016년 노브랜드 출범 이후 8년 만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유통업계 주총 안건을 살펴보면, 일단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와 소비 행태 등을 반영한 미래 신사업 확장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경영진 선임을 통해 회사 내 안정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명확히 보인다. 올해 소비심리가 둔화될 것을 대비해 자금 흐름을 안정화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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