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사회 풍조에서도 지난해 아동복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무신사 키즈] 

[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출산율이 5년 연속으로 1명 이하를 기록하는 와중에 아동복 시장은 오히려 규모가 커지는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아동복 시장의 규모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 기준, 2018년부터 지금까지 1명 아래의 출산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의아한 결과다. 

한국섬유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조648억원 규모였던 아동복 시장은 지난해 1조2016억원 규모로 3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패션 유통 플랫폼인 무신사가 운영하는 키즈 브랜드 전문 편집숍 무신사 키즈도 론칭 1년 만에 거래액이 3배로 늘며 아동복 시장 성장의 효과를 누렸다.

아동복 시장의 이같은 ‘역주행’에는 주 소비자층의 소비 경향의 변화와 MZ세대의 부모화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 아이에게 집중 소비를 하는 부모들,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의 부상이 아동복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전과 달리 자녀가 1명인 가정이 늘자 그 한 명의 아이에게 명품이나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소비하는 부모가 증가했다. 이같은 소비 경향을 지닌 부모들이 시장 속 큰 손이 돼 백화점 입점 아동복 브랜드나 유명 기업의 아동복 라인을 선호해 시장 규모가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또 MZ세대인 30, 40대들이 부모가 된 점도 시장 성장에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신사 키즈 관계자는 “무신사 고객층 가운데 자녀의 패션에도 높은 관심을 가진 3040세대 젊은 부모를 공략한 전략이 적중한 결과”라며 “최근 부모와 아이가 같은 스타일을 연출하는 ‘패밀리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성인 의류 브랜드에서 출시한 키즈 의류도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NBA키즈는 지난해 1분기 108%, 2분기 125%씩 매출이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 1월 NBA키즈가 출시한 바시티 점퍼. [사진=한세엠케이]

NBA키즈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각각 1분기 108%, 2분기 125%씩 매출이 증가하며 캐주얼 아동복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또 플레이키즈 프로가 운영하는 나이키키즈는 지난해 9월 오픈 후 1달 만에 매출 4억원을 달성하며 밀레니얼 부모 공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결과에 나이키키즈는 올해도 매장 확대를 꾸준히 이어가며 MZ세대 부모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렇듯 부모 세대의 변화도 아동복 시장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아동복 시장의 성장에는 이면도 존재한다. 저출산 속 아동복의 수요는 기업 전체가 아닌, 고가 브랜드나 캐주얼 브랜드로 쏠렸기 때문이다. 시장 속 양극화 현상에 아동복 사업을 철수한 기업도 적지 않다.

제로투세븐은 지난해 8월 유아동복 패션 사업에서 철수했다. 그동안 제로투세븐의 주력 사업으로 여겨진 아동복 사업은 저출산과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가 맞물리며 2020년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 제로투세븐은 패션사업부와 이커머스사업부의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반전은 없었다. 결국 제로투세븐은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오랫동안 전개해온 아동복 사업을 포기했다.

코오롱FnC의 아동복 브랜드 리틀클로젯 역시 시장 성장 속 철수를 맞이한 브랜드다. 리틀클로젯은 2020년 코오롱이 인수한 브랜드로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325% 신장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코오롱은 아동복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아동복 사업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기 힘들었다”며 “아동복 특성상 소재에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 역시 철수 배경 중 하나”라고 밝혔다.

결국 저출산 한파 속 살아남은 브랜드는 고가의 브랜드이거나 캐주얼 감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사회 풍조와 대비되는 성과를 낸 아동복 시장은 올해도 부모 마음 공략에 나선다. 

빈폴키즈(왼쪽 사진)와 블랙야크 키즈(오른쪽 사진)는 각각 브랜드의 스타일을 담은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블랙야크 키즈]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키즈는 지난달 27일 트렌치코트 중심의 스타일링을 제시하며 고급 아동복 브랜드로의 존재감을 전달했다. 빈폴키즈가 공개한 스타일링은 이번 봄 시즌 출시한 제품 위주로 구성돼 입학식 시즌 특수를 노리고자 했다. 빈폴키즈는 클래식한 제품으로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부모들의 소비 경향을 공략하고자 했다.

블랙야크 키즈는 판매 대상을 확장하며 수익 확대에 힘쓰는 모양새다. 블랙야크 키즈는 지난 17일 2~5세 사이 유아들이 입을 수 있는 토들러 라인의 제품을 출시했다. 블랙야크 키즈는 그동안 6~13세 아이 맞춤 상품을 판매했지만, 이번에 연령대를 낮춘 제품을 선보이며 아동복 시장 확대에 발을 맞췄다.

블랙야크 키즈의 신상품은 자켓과 스웨트셔츠와 조거 팬츠 등의 제품으로 구성돼 캐주얼 감성으로 빈폴키즈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여줬다.

고급 브랜드 또는 캐주얼 브랜드만이 선택받는 아동복 시장의 흐름에 대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동복 시장이 양극화됨에 따라 감도 높은 디자인과 상품 퀄리티가 보장된 브랜드에 대한 수요만은 높아질 예정”이라며 “다만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한 만큼 아동복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이나 개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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