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3nm(나노미터) 반도체’ 공정 양산에 착수하면서 파운드리 업계에 일대 판도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수익성과 직결되는 생산 수율성을 확보하는 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는 ‘3nm(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제품 양산을 시작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기술적 난도가 높은 GAA(Gate-All-Around)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한 삼성전자가 수익성과 직결되는 ‘생산 수율성’을 확보하기까지 장기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3나노 반도체 공정 양산 소식을 국내외로 알리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에 불어닥칠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업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 공정은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올 하반기 양산할 예정인 3나노 공정보다 기술과 성능적으로 우월해 향후 업계 판도를 뒤흔들 만한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다.

◇최첨단 3나노 공정서 ‘선도적 지위’…전세역전 ‘총력’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TSMC의 최소선폭 공정은 4나노였다. 3나노 공정은 세계 반도체 제조 공정 중에서 가장 앞선 기술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반도체는 반도체 칩의 회로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3 수준으로 좁혔다.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해 성능과 속도를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저전력·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에 핵심기술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공정에서 업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하면서 ‘초격차 전략’을 구체화했다.

GAA 기술은 ‘트랜지스터(전기 스위치·증폭 작용을 하는 반도체 소자)’의 전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초미세 공정에서는 전류제어 장치도 초소형화돼, 기존에 널리 활용해온 ‘핀펫(FinFET)’ 기술을 뛰어넘는 ‘차세대 파운드리’ 핵심기술로 평가된다. 

이번 GAA 기술 적용으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분야에서 TSMC와 기술 격차를 벌린 셈이다. TSMC는 올 하반기 ‘핀펫’ 기반 3나노 공정을 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GAA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FinFET)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 절감하고 성능을 23% 향상시키며 면적을 16% 축소했다”면서 “3나노 GAA 2세대 공정에서는 전력을 50% 절감하고 성능을 30% 향상시키며 면적을 35% 축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빠르게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면서 TSMC가 독주하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판도를 뒤집겠다는 각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16.3%,  49.5%로, 1·2위간 세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핀펫 등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어왔다”면서 “앞으로도 차별화한 기술을 개발하고, 공정 성숙도를 신속하게 높여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수율 안정화’…GAA 적용·3나노 범용성에 한계

다만 관건은 ‘생산 수율성’이다.

업계와 학계에선 이번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계획이 단기적으로 판도변화를 이끌어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파운드리 업계의 최첨단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점은 고무적이나 기술적 난도로 인해 ‘수율 안정화’는 장기전으로 접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파운드리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도 “다만 수율 안정화 문제는 기술적 난도로 인해 꽤나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GAA는 기존 전류제어 기술의 2차원 구조가 3차원으로 전환되는 특성 때문에 공정 구현이 훨씬 더 까다롭다. 식각과 메타 공정 등을 한층 더 입히는 기술”이라면서 “채널 코너 부분의 디펙트(결함) 등을 방지하기 위해선 더 세밀하고 고도화한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 핀펫 난도의 2~3배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가 △재정투자 △기초과학 △인재유치라는 3박자로 조화를 갖추면 수율 안정화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전폭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양자역학과 같은 기초과학 연구와 인재양성·유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라면서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TSMC의 핀펫 기반 3나노의 성능을 압도하고 수율성을 확보해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SMC를 넘어서기 위해선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10나노 미만 분야에서 TSMC 전체 매출을 넘어서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이에 앞서 3나노 분야에서 수율과 매출 반등은 1~3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이번 파운드리 성과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다만 미세공정 반도체 시장 추이에 맞춰 기술 고도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혼란스러운 국제정세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들쑥날쑥한 반면 파운드리는 최근 TSMC가 가격인상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수익성과 전망이 더 밝아진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준비를 먼저 시작한 TSMC를 추월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과거 TSMC도 3나노 수율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삼성도 여러 기술적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아직 세계적으로 3나노 반도체의 범용성이 기존 제품보다 크게 떨어져 갑작스러운 판도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수율성을 향상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초기 공정에서 수율이 안정화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라면서 “시장 추이가 변화하는 동안 생산 수율성에서 초격차를 확보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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