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케이뱅크 사옥 전경. [사진=케이뱅크]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중 카카오뱅크에 이어 두번째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케이뱅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긴축 영향으로 증시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어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상화폐가 증시보다 더 약세를 보이면서 케이뱅크를 지탱했던 업비트 제휴 효과 마저 사라지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IPO 건수는 전년동기 3분의 1 수준인 46건에 그쳤다. 특히 코스피에 입성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1곳에 불과했다.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되면서 유동성이 증시를 이탈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IPO 시장 침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케이뱅크도 이달 중으로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장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글로벌 증시 약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자산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케이뱅크보다 먼저 증시에 데뷔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8월 18일 장중 9만4400원을 터치했던 주가가 이날 종가 기준 3만4550원까지 내려오면서 공모가(3만9000원)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을 계획하던 기업들도 상장을 철회하거나 속속 공모가격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에는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쓰리디팩토리, 트레져헌터, 큐알티 등이 공모 계획을 철회했고 지난 3월 공모를 철회했다가 5월 일정을 재개한 보로노이는 공모가를 29% 내린 4만원으로 낮춰 지난 24일 상장했다. 재수 끝에 상장에 성공했지만 2거래일만인 이날 공모가에 크게 못 미친 3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를 낮추면 기업은 목표했던 수준의 투자자금을 끌어 모을 수 없게 된다.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투자자들에게 상장 당시 기업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볼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대주주인 토스도 증시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당초 예정했던 2023년에서 최대 2~3년 가량 IPO를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경회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시장이 나쁘다고 IPO 자체를 못하는 건 아니다”면서 “(케이뱅크 상장 환경이) 카카오뱅크 때 보다 증시가 어려워 공모가를 높게 산정할 수 없고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가상화폐 시장 약세도 변수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하며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잃은 상태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일 8140만3000원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이날 5시 37분 기준 2779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수신고 성장과정에서 업비트 제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어 실명계좌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예수금은(11조5400억원) 중 업비트에 예치된 금액은 5조5617억원이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고객들이 가상화폐를 팔고 예금을 대거 인출한다면 업비트 효과로 몰렸던 자금이 썰물 처럼 빠져나갈 위험성이 있다. 결국 가상화페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업비트 제휴로 누렸던 효과가 되레 독이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업비트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분위기를 면밀하게 지켜 보면서 시기를 상장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여·수신의 견조한 성장세를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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