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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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어난 ‘비대면 붐’으로 제약·의료계에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디지털치료제 상용화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효능과 안전성 우려, 의료 활용성에 대한 인식개선이 최대 관건이다.

디지털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처럼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기술이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로 일반 신약처럼 관계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 앱 또는 게임, VR(가상현실) 등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개인별 자가진단·치료가 가능한 차세대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약 복용 또는 주사접종 없이 무형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행동중재 △뇌 신경회로 자극 등으로 질병을 관리·치료하는 방식이다. 1세대 치료제(저분자 화합물), 2세대 치료제(생물제제)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평가된다.

기존 체내에 직접 투입하는 알약·주사제형 치료제에 비해 부작용도 적으며,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맞춤분석과 관리를 할 수 있어 의료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

개발·공급 측면에선 개발을 대부분 코딩에 의존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차세대 혁신기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기존 신약 개발에 비해 짧은 임상기간으로 인해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세대 치료제로서의 지위가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지난 2018년 21억2000만달러(약 2조69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6년 96억4000만달러(약 12조2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디지털치료제는 크게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정서장애치료 소프트웨어 △시각훈련 소프트웨어 △호흡재활 소프트웨어 △심폐기능재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페어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약물중독 치료앱 ‘리셋(reSET)’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은 이후, 세계 각국에서 관련 임상시험이 활성화하면서 적응증 확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총 9개 제품이 디지털치료제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이 중 4개 기업이 첫 정식허가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헬스플랫폼 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는 호흡재활 분야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인 ‘레드필 숨튼’을 개발하고 있다.

개인측정기기를 통해 활동량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한 뒤 환자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확인하는 보고서도 제공한다. 

현재 폐암·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등 호흡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까지 임상결과를 확보할 계획이다.

마인즈에이아이는 정서장애치료 소프트웨어인 ‘치유 포레스트’를 개발하고 있다.

VR을 기반으로 정서장애를 검사하고 치료하는 도구다. 우울장애 환자들의 과거 상처에 대한 극복을 돕고, 자살 충동을 막는 데 목표를 둔다. 

이밖에도 뉴냅스에서 뇌졸중 시야장애 치료를 위한 ‘뉴냅비전’을 연구개발하는 등 여러 의료IT 기업에서 다양한 적응증을 기반으로 국내 첫 정식허가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IT 기업을 중심으로 편성돼 있는 디지털치료제 시장에 최근 국내 제약산업계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디지털치료제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관련 개발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업계의 투자 활성화가 전망되는 이유다. 

SK바이오팜은 19일 미국 디지털치료제 기업인 칼라헬스의 시리즈D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 규모는 비공개다.

칼라헬스는 현재 ‘생체전자 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생체이식이 가능한 소형장치를 활용해 전류 등을 흘려보냄으로써 체내의 불규칙한 신호를 바로잡아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8년부터 뇌전증 발작을 감지·예측하는 알고리즘과 디바이스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번 디지털치료제 사업을 통해 뇌질환 예방·진단부터 치료까지 전주기를 아우르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19일 디지털헬스케어 사업개발을 위한 ‘디지털헬스위원회‘를 설치했다.

전반적인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을 돕고, 개발사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둔다. 더불어 정부부처의 디지털헬스케어 정책개발을 지원하고, 유관단체와 업무협력을 도울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디지털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려면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오랜 우려를 넘어서야 한다. 업계는 의료계의 보수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견이다.

디지털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개발 성공 여부보다 향후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하는 병원과 의사가 늘어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면서 “수요 측면에서 의료계 문턱이 아직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의약품과 의료기기처럼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아 의료진으로부터 처방받는 형태로 활용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세계 첫 허가를 획득한 리셋은 임상결과에서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적응증을 늘리고 기존 치료제 효능을 뛰어넘는 것이 업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선 기존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효능과 안전성 데이터를 넘어설만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는 “외부에선 보수적이란 표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의료현장 특성을 알면 불가피한 것임을 알 수 있다”면서 “환자 건강상태와 처방에 따른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의사들이 오랜기간 임상을 거친 기존 의약품 대신 디지털치료제를 처방할 지부터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임상시험에 비해 기간이 짧아 데이터 신뢰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장기연구를 통해 효능·안전성 데이터를 다방면으로 축적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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