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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사회·환경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폐의약품의 수거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심각한 사회·환경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폐의약품의 수거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관련 조례·제도와 지원체계 강화는 물론, 폐의약품 수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널리 알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선결과제로 꼽혔다. 규제당국은 관련 실태조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8월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개선 움직임에 나설 방침이다.

폐의약품 수거 문제는 의약계의 필수·주요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폐의약품이 일반쓰레기로 매립되거나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면 토양·수질오염을 일으키며, 사회적으로는 의약품 오남용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폐의약품 수거·처리체계는 지난 2009년 환경부, 보건복지부, 대한약사회 등 7개 기관이 체결한 자율적 민관협약에 기반을 둔다. 주로 약국을 통해 수거한 폐의약품을 소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환경부는 지난 2017년 폐의약품을 폐농약·수은 함유 폐기물 등과 함께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규정하면서 법제 고도화에 나섰다. 일반적인 생활폐기물과 폐의약품을 분리해 수거·처리하도록 폐기물관리법을 통해 제도화한 것이다.

현재 폐기물은 각 시도별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하에 약국·보건소 등을 통해 수거된 뒤 소각된다. 폐기물 처리는 지자체의 고유 소관이기 때문이다. 수거 방식과 처리 절차 등에 대한 방안·조례 마련도 지자체 소관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 229개 시·군·구 중 폐의약품 처리 관련 조례를 마련한 지자체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배출·수거가 제도화되지 않은 탓에 각 지자체별로 폐의약품 처리 방식은 제각각이다. 

구체화·제도화되지 않은 미숙한 규범은 현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말 경기도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폐의약품 처리’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도민 10명 중 4명꼴로 폐의약품 처리방법을 알지 못해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답자의 84%는 주거지 주변에서 폐의약품 수거함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수거함의 접근성과 지자체의 관련 인식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경기도 과천시에 거주 중인 이 모씨(39)는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도 종량제 봉투에 버려도 되나?’라는 최소한의 인식은 있었지만 막상 수거제도를 들어본 적이 없어 관련 기사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됐다”면서 “이후 동네 약국에서 수거함을 찾았으나 규모가 꽤 큰 약국이 아니면 수거함 커녕 안내문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과 2년전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과 경기지역 약국 120곳, 보건소 12곳을 대상으로 폐의약품 수거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약국과 보건소의 수거함 비치율은 각각 14.2%, 3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거함 비치와 관련 안내가 올바르게 이뤄져도 문제다. 수거와 처리간의 연계성이 부족하기 떄문이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모씨(48)는 “간혹 약품을 구매하러 오는 손님 중에 오래됐거나 안쓰는 의약품을 한보따리 들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수거함을 비치해 올바르게 수거해도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폐의약품 때문에 악취가 생기는 등 수거에 따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폐의약품 수거·처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제 마련이 관건이나, 이 또한 쉽지 않다.

현재 ‘폐의약품 처리방법 안내 의무’ 등과 관련한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대한약사회 등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지원없는 의무만을 부여하려는 처분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의약학회 관계자는 “오랫동안 약국 위주의 폐의약품 수거가 이어져오다 보니 수거주체를 약국과 약사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의약계에선 봉사 의미로 돕는 개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관련 지침이 자주 변동되고 홍보도 미흡해 아직까지도 일반 쓰레기봉투에 배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무엇보다 지자체마다 처리 방법이 다르고 미흡해 영향력 있는 통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거체계 고도화·의무화 이전에 수거와 처리를 재정적·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법제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당국은 현행 수거·처리체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는 대로 전반적인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별로 폐의약품 수거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지난 2월 폐의약품 수거 관련 현황을 보고하도록 고시해 오는 8월경 관련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결과가 나오면 이를 종합분석해 지자체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규제당국 차원의 움직임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폐의약품 수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최근 여러 지자체의 개선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수거함 설치를 확대하고 관련 시스템 고도화 하면서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구청,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 516곳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 위치 정보를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제공한다. 

또, 폐의약품을 포함한 생활계 유해폐기물 전반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자치구별로 ‘생활계 유해폐기물 5개년 처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지난해 33개 아파트에서 시범 운영한 ‘폐의약품 집중수거의 날’은 올해 공동주택 약 250여곳으로 확대해 운영한다.

원주시는 지난달 21일 원주시약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동아제약, 용마로지스 등 5개 기관과 폐의약품의 원활한 수거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민들이 가정의 폐의약품을 가까운 약국에 배출하면 참여 기관·단체가 신속하게 수거·처리하는 방식이다. 시는 폐의약품 수거환경 구축과 정기적인 수거처리를 총괄담당하고 시 약사회는 폐의약품이 약국을 통해 수거될 수 있도록 회원 약국의 참여를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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