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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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면 항상 동남아시아 또는 중앙아시아, 구소련 지역 영화를 챙겨보곤 한다. 이들 영화가 중국·미국·유럽 위주로만 접해왔던 세계에 새로운 관점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일부만을 바라보며 전체인양 착각하고 살게 마련이다.

사실 영화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문학이나 음악, 미술 등 여타 문화 분야에서는 그 기회가 더 드문 편이다. 이런 가운데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올해 초 동남아시아 근현대문학을 묶은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3종을 동시 출간했다. 지난 202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근현대문학 출판 사업을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첫 출간이다.

이 총서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했다. 각국에서 호평받은 근현대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진정성 있게 담아 냈다. 각국 언어를 전공했고 이를 출판번역 할 수 있는 이를 찾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먼저 ‘영주(2015)’는 베트남 작가 도빅투이가 드엉트엉 지방의 영주 ‘숭쭈어다’에 대한 전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약 200년 전 인물인 숭쭈어다는 여성을 소유물로 삼고,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을 돌기둥에 매달아 공개처형을 일삼는 등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베트남 산악지대 소수민족인 몬족의 문화와 관습, 역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추천사를 쓴 백민석 작가는 “이 책은 독자를 근대 이전 세계로 데려간다”며 “역사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세계로 훌쩍 배낭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든다”고 소개했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1939)’은 인도네시아 국가 영웅 반열에 오른 작가 함카의 대표작이다. 젊은 연인의 삶을 통해 미낭카바우 지역의 부조리한 전통과 관례를 비판하고, 네덜란드에 강점당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차별 철폐와 민족의 단합을 촉구한다.

한유주 작가는 추천사에서 “부조리하지만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관습을 바꾸려 분투하는 인물에 공감이 되고, 그 시절 인도네시아의 고유한 풍습과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1929)’은 태국 현대 소설의 시초가 되는 작품이다. 현대적 서양 문화를 경험한 왕족 작가 아깟담끙 라피팟의 작품이다. 당시 태국 지식인 청년이 희망하던 변화된 고국의 모습이 반영돼 있다. 해외 유학생만을 선호하고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태국 상류사회의 민낯을 서양의 현대적 특성과 대비해 생생하게 담아냈다.

김태용 숭실대 문예창작전공 교수는 “저자는 서구 상류층과 하층민의 삶, 세속적인 풍경을 정밀하고 과감하게 그리면서 소설 무대를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낸다”며 “태국 문학과 문화의 영역을 확장해 준 작품이다”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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