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컴퓨터 모니터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컴퓨터 모니터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우크라이나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719.53)보다 30.25포인트(1.11%) 내린 2689.28에 출발해 낙폭을 키우며 반등 하루 만에 2.6% 급락한 2648.80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각각 6810억원, 4850억원어치씩 물량을 쏟아냈다. 러시아 병력의 우크라이나 진입 소식에도 오히려 소폭(0.47%) 오름세를 보였던 전일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전면전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증시는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전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2.57%)를 비롯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1.38%)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84%)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대형주 중심의 S&P500은 다시 조정장(고점대비 -10%)에 돌입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혼조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큰 독일의 경우 증시가 비교적 하락 폭이 컸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친러 반군 지역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역을 제외한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8~60세 예비군이 소집되고 민간인들에게 총기 소유와 자기방어 행동을 허용하는 법안도 초안을 통과했다. 현재 접경 지역인 돈바스에서는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지속되며 발전소와 방송국 등이 파괴된 상태다.

전쟁 발발 시 글로벌 경제에 전방위적인 여파를 미치게 된다.

원유 생산량이 세계 3위인 러시아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에 현지시간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19달러(0.2%) 상승한 배럴당 92.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한 달 전보다도 20%가까이 오른 데다가 2020년 5월 이후 월간 상승폭도 최대다.

천연가스 밀·콩·니켈 등 각종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양국 모두 ‘자원 대국’이라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까지 원자재 공급 이슈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 절반가량을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특수가스 공급문제로 인한 반도체 생산 차질도 빚어질 수 있다.

특히 자동차, 화학, 반도체, 전기전자 등 수출비중이 큰 산업의 피해가 클 수 있다. 당초 올해 1분기 말 피크아웃(정점 이후 하락)이 예상됐던 인플레이션의 장기화와도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증시 변동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무역 제재는 니켈, 알류미늄, 팔라둠 등 특정 업종에서 쓰이는 광물 등의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고, 공급망 병목현상이 지연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 (왼쪽부터) 김민식 국제무역팀장,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 (왼쪽부터) 김민식 국제무역팀장,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한국은행은 이날 2022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3.1%로, 2023년도 1.7%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국내외에서의 변이 바이러스 확산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또 글로벌 공급병목 지속과 그에 따른 국제 원자재가격의 오름세 확대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여건 변화를 반영해 앞으로의 국내 경제 흐름을 다시 한번 짚어본 결과, 금년 중 경제성장률은 지난 11월에 보았던 3.0%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주요국의 러시아 제재도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전일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 전면 제한 등을 골자로 한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캐나다, 호주, 일본도 러시아 제재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는 러시아와의 금융거래 금지와 함께 도네츠크, 루간스크 독립을 찬성하는 러시아 정치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호주도 특정 인물과 여행, 금융에 대한 제재를 시행키로 하고 일본은 러시아 채권 발행과 유통 금지했다.

청와대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개최, 외교부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대러 수출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분쟁 장기화에도 금융시장 영향은 반감할 수도 있단 기대도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와 곡물 주요 수출국가이긴 하지만 원유, 천연가스, 알루미늄, 옥수수 등의 국가별 생산 비중을 보면 미국, 중국, 남미 국가 등에서의 수출 증가 여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원유, 셰일 오일, LNG를 합한 석유 관련 광물 생산 비중은 미국이 17%로 가장 높고, 러시아가 12.6%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천연가스의 경우에도 미국의 생산 비중은 24%, 러시아는 17%로 미국이 더 높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대(對)러시아 제재는 원자재의 수급을 추가로 악화시키며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나, 국가별 생산 비중을 감안할 때 추세적인 가격 상승, 혹은 글로벌 경제를 위축시킬 정도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