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오작교와 광한루가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오작교와 광한루가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특별방역 조치에 따라 밤 9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이 짧아진 듯 느껴진다. 그렇대도 겨울 아닌가. 5~6시면 어두워지니 우리의 밤은 여전히 길다. 밤 정취를 즐겨보는 여행을 떠나기 좋은 1월이다.

코로나19 시기에서도 추천됐던 여행지들을 한국관광공사 역대 ‘이달에 가볼 만한 곳’을 통해 뽑아 봤다. 다만 지역자치단체 코로나19 방역 적용이 수시로 달라질 수 있으니, 관광지 개방여부, 개방시간, 관람방법 등을 떠나기 직전 꼭 확인해야겠다.

화성 야경. [사진=수원문화재단]
화성행궁 야경. [사진=수원문화재단]

◇수원화성, 달빛 아래 누리는 성곽의 정취

수원 화성(사적 3호)은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도심을 감싸는 5.5km 성곽에 조명이 들어와 더 웅장하다. 방화수류정과 용연 주변은 밤마실 명소다. 추천 코스는 장안문을 기준으로 동편 성곽길 쪽으로 올라 걷다가 자연스럽게 좌측에 빠지는 길이 있다. 9시까지는 조명이 켜져 있으니 저녁 식사를 한 후 1시간쯤 산책을 할 요령으로 잡는 것도 추천한다.

화성행궁을 등지고 서면 오른쪽에 아기자기한 공방거리가, 왼쪽에 나혜석생가터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화성행궁 건너편 수원통닭거리도 빠뜨리면 안 된다. 용성통닭, 진미통닭, 남문통닭 등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가게가 모여 있어, 언제 가도 바삭한 통닭과 흥겨운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통닭거리를 등지고 북쪽으로 거닐면 얼마 걷지 않아 장안문을 만날 수 있다.

*위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사진=한국관광공사]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사진=한국관광공사]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백제의 밤 여행

백제의 세련미와 애잔함이 가득한 야경 여행지는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다.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는 백제 무왕 때 만든 것으로 보이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포룡정은 여름이면 연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정림사는 백제 성왕이 사비성(지금의 부여)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그 중심에 세운 사찰이다. 인적이 뜸한 밤에 조명이 들어온 부여 정림사지(사적 301호)는 적막하고 고요하다.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 아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석탑이 우주와 소통하는 듯 신비롭다. 또한 부여가 자랑하는 드라마 촬영 명소인 서동요테마파크, 세상을 떠돌던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을 보낸 만수산 기슭의 무량사, 많은 연인이 찾아와 사랑나무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부여 가림성(성흥산성, 사적 4호)도 들러보길 권한다.

*위치: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부여 궁남지)

부산 송도 구름 산책로. [사진=한국관광공사]
부산 송도 구름 산책로. [사진=한국관광공사]

◇부산의 밤, 화려함과 짜릿함이 가득

부산은 겨울에도 다녀오기 좋다. 송도 해변 동쪽에 조성된 송도구름산책로는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무늬 철제로 된 구간이 있어, 출렁이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밤이면 송도구름산책로가 주변 야경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그 위로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하늘을 수놓는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를 이용하면 더욱 짜릿한 시간이 된다. 부산의 대표 도보여행 코스인 초량이바구길도 밤에 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약 2km에 이어진 골목을 걸으며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본다. 초량이바구길의 명물인 168계단에 올라가면 옹기종기 모인 집과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빌딩이 도시를 밝힌 야경이 근사하다.

초량전통시장은 부산의 근대사와 함께해온 곳이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안에는 먹거리도 많다. 암남공원은 청량한 숲길과 푸른 바다를 동시에 누리는 힐링 포인트다. 암남공원과 동섬을 잇는 송도용궁구름다리모 인기다. 해안 절벽 둘레를 걷고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기 좋다.

*위치 : 부산 서구 송도해변로(송도 구름산책로·해상케이블카)

저녁 무렵의 윤동주 소나무. [사진=한국관광공사]
저녁 무렵의 윤동주 소나무.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 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

종로구 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누구나 쉽게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경복궁과 시청, 종로 일대와 N서울타워까지 바라보인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서시’로 유명한 시인 윤동주를 기억하는 곳이다. 1941년 서울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그는 누상동에 있는 후배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했고, 자주 이곳을 산책하며 시상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청운동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언덕에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표석과 ‘서시’가 새겨진 시비가 있다. 이 시비 앞이 야경을 보기 좋은 곳이다. 요즘 해가 지는 시각은 오후 5시 30분 전후. 6시면 완전히 어두워지고 멀리 N서울타워의 불빛이 선명하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윤동주문학관과 이어진다. 시인의 유품과 자필 서신,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윤동주문학관 건너편은 창의문이다. 이곳에서 한양도성길 백악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돈의문 터에서 시작해 인왕산 정상을 지나 창의문까지 이어지는 인왕산구간을 걸은 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저녁을 맞아도 좋을 듯. 부암동 골목도 걸어보자. 여기저기 고개를 기웃거리고 쉴 만한 카페와 식당이 많다.

*위치: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경주 동궁과 월지·월정교, 신라 천년의 밤

경주는 밤이면 조명과 함께 그 옛날 신라의 모습이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18호)는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 때 만든 신라 왕궁의 별궁 터로, 안압지라 불리기도 했다. 왕자가 거주한 곳이자,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연회를 베푼 곳으로 전한다. 복원한 건물과 월지, 주변 숲이 경관 조명과 어울려 빛을 발한다.

월정교는 경주 춘양교지와 월정교지(사적 457호)에 복원한 다리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경덕왕 19년) 궁의 남쪽 문천에 월정과 춘양이라는 두 다리를 놓았다”는 내용을 토대로 발굴 조사를 거쳐 복원했다. 거대한 문루와 남천(문천의 현재 이름) 위 회랑의 경관 조명이 천년 신라의 모습을 비춘다.

첨성대와 빛누리공원도 야경 명소로 손색이 없다. 경주 첨성대(국보 31호)는 8가지 색 경관 조명이 형형색색 비추고, 황성공원에 개장한 빛누리공원에는 2만여 송이 LED 조명이 음악과 함께 빛의 공연을 펼친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천연기념물 536호)은 주상절리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부채꼴 주상절리가 압권이다.

*위치: 경북 경주시 원화로(동궁과 월지), 경주시 교촌안길(월정교)

물에 비친 완월정의 야경. [사진=남원시청]
물에 비친 완월정의 야경. [사진=남원시청]

◇남원 광한루원, 우주를 담은 조선 정원의 밤과 낮

춘향과 이몽룡이 인연을 맺은 남원 광한루원(명승 33호)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우주관을 담은 정원이다.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281호)는 전설 속의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산다는 ‘광한청허부’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앞에 하늘나라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를 만들고,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를 놓았다. 호수에는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닮은 삼신섬을 세우고, 각각 봉래섬과 방장섬, 영주섬이라 이름 지었다. 이렇듯 하늘 세계를 지상에 구현한 광한루원은 조명이 켜지는 밤이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다. 물론 낮에 보는 풍광도 근사하다. 오작교와 어우러진 광한루뿐만 아니라 영주각, 방장정, 완월정 등이 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춘향전’의 내용을 실감 나게 살펴보고 싶다면 광한루원에서 1km쯤 떨어진 춘향테마파크를 찾는 것이 좋다. ‘춘향전’을 크게 다섯 마당으로 나눠 조성한 공원이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가 남녀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남원 만인의총(사적 272호)은 조국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군인과 백성 1만여 명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위치: 전북 남원시 요천로

목포 해상 케이블카. [사진=한국관광공사]
목포 해상 케이블카. [사진=한국관광공사]

◇목포해상케이블카, 일몰, 달밤, 야경

목포는 영산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포구이자, 근대사를 간직한 도시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이를 한눈에 담는 여행법이다. 북항스테이션에서 유달산스테이션을 지나 고하도스테이션까지 총 길이 3.23km, 왕복 40분이 걸린다. 2월에는 달맞이를 겸해 로맨틱한 야간 여행이 가능하다.

케이블카 유리창에 ‘안녕, 목포’ ‘목포에 오길 참 잘했다’ 같은 문구가 눈길을 끈다. 케이블카 탑승에 유달산과 고하도 여행을 겸할 수 있다. 유달산스테이션에서 유달산 마당바위나 관운각까지 오르면 목포대교와 목포 시가지 밤 풍경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후 전열을 정비한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을 본떠 지은 고하도전망대, 목포대교를 보며 바다 위 산책로를 걷는 고하도 해안 덱 등을 둘러보자. 고하도에서 일몰을 보고 유달산으로 돌아와 야경과 달맞이하는 일정으로 짜면 알차다.

목포는 1897년 개항해 근대 풍경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해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촬영한 목포근대역사관 1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인 목포근대역사관 2관을 중심으로 근대역사거리를 여행한다. 서산동 시화골목은 영화 ‘1987’ 촬영지로,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위치: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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