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해지면서 공급망 점검 및 다각화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반도체 내제화를 시도해 반도체 산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완성차 업계의 수요예측 실패와 비대면 확산이 IT기기의 수요확대로 촉발된 반도체 공급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수급불균형에 각 산업군에서 생산차질을 빚자 주요 각국의 대응도 빨라졌다.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지난해 완성차 업계의 수요예측 실패와 비대면 환경의 IT기기 수요확대로 촉발된 반도체 공급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반도체 수급불균형에 따라 각 산업군의 생산차질에 주요국의 대응도 빨라졌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EU, 일본 등은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국가간 주도권 경쟁은 업계의 빅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간 인수합병 계약이 체결됐음에도 국가안보를 우려한 주요국의 제지로 제동이 걸렸다.

특히 올해 5G 이동통신 보급확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증가로 슈퍼사이클이 예상됐으나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슈퍼사이클 조기종식도 우려됐다.

일각에서는 슈퍼사이클이 일찌감치 끝났고 내년에도 하락세를 전망했다.

◇주도권 경쟁 심화‧‧‧주요국, 반도체 자립 선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시장재편을 선언하고 주요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종용했으며 중국도 반도체 굴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일본도 공급망 확대 계획을 밝히고 자생력 키우기에 나섰다.

미 정부는 지난 4월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선언한 이후, 세금면제 등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내 투자와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주도권 확보에 적극적이다.

중국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TSMC의 중국 공장 증설 반대에 나섰으며 네델란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으로 EUV 장비 반입을 제동을 걸었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 제재에 맞대응하며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1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하에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 법인세와 관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실시하며 매년 AI, 양자정보, 반도체 등에 R&D 투자를 매년 7%이상 늘리는 방안도 발표했다.

EU와 일본도 공급망 확보에 팔을 걷었다. TSMC,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사에 대규모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유치를 추진 중이다. EU의 경우 올초 최대 500억유로(67조원)를 투자와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산업 인식 확대로 업계간 빅딜 무산‧‧‧SK는 안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과 미‧중 무역분쟁은 관련 기업간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국은 국가안보‧기술유출을 빌미로 반도체 기업간 인수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규모 빅딜도 무산됐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도체산업의 주도권 쏠림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빅딜로 엔비디아-ARM 인수합병이 예정됐지만 연초 영국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미 정부역시 엔비디아의 ARM 인수계약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국가 주요 자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국의 에피택셜(epitaxial)리액터를 설계 제작하는 LPE의 매각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메그나칩 반도체를 인수하려던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의 계획도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 국가안보에 위험이 확인됐다는 이유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반도체 회사의 M&A를 반대해 온 중국에 대한 견제로 봤다. 앞서 중국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 인수 등으 거래를 무산시킨 바 있다.

업계간 빅딜이 주요국 반대로 무산되면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도 우려됐다. 지난해 10월 당사자간 인수계약을 체결했으나 중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다행히 22일 중국의 반독점 심사기구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최종 관문을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각국에서 반도체 공급난을 경험하면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앞으로 대규모 글로벌 M&A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에 슈퍼사이클 조기종식 우려는 기우

올해 초 D램을 중심으로 반도체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전망됐다.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PC와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비롯한 가전제품 판매량 확대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AI, 사물인터넷 등 반도체 수요가 많은 산업의 급성장으로 유래없는 초장기 호황도 전망됐으나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이 이어지며 슈퍼사이클 조기 종식설도 돌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의하면 지난 9월부터 PC향 D램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서버향 D램도 10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위드코로나 기조 확산, 상반기 IT급증을 이유로 봤다. 하반기 IT 기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오미크론 확산, 비대면 원격근무의 일상화 등으로 비대면 수요 증가도 예상되면서 슈퍼사이클 종식설은 기우로 평가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 등이 예상됐지만 하락폭이 크지 않고 주요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도 확대될 전망에서다.

메타(페이스북)는 현재 가동 중인 48개 데이터센터에 47개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설 중에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5G‧6G, 자율주행차 등의 개발 확대로 반도체 수요의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며 ”하반기 비수기임에도 삼성‧하이닉스의 선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며 “반도체 공급난을 우려한 기업의 제고가 떨어지는 시점이 되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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