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루닛]
AI 기반 조직 분석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 IO’로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하는 연구원. [사진=루닛]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국산 AI‧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가 높은 기술력과 규제혁신을 등에 업고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효과 입증, 접근성 확대부터 해외진출 전략 수립까지 중장기적인 상용화 지원이 관건이다.

AI‧SW 의료기기는 AI, 가상현실(VR)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진단보조와 치료를 가능케 하는 차세대 의료기기다.

대표적으로 △뇌 손상 부위의 이상징후를 MRI에서 파악하는 파킨슨병 진단 보조 기기 △어린이 근시 치료 기기 △뇌졸중 시야장애 치료 기기 등이 있으며 활용도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국내외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AI 의료기기 시장은 오는 2027년 약 1000억달러(한화 약 12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 2019년 약 554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44.6% 성장해 오는 2023년에는 약 246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AI·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한 발 빠른 규제혁신과 폭 넓은 제품화 지원을 병행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최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장래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관련 규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에 나섰다.

먼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품목 분류·지정은 90개에서 140개로 대폭 확대했다. 사전·사후 관리와 제품화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 신설도 추진한다.

지난달 29일에는 식약처 주도로 개발한 AI 의료기기 관련 국제 공통 가이드라인이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서 공식 승인됐다.

IMDRF는 의료기기 전주기에 대한 국제 규제 단일화를 촉진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로 미국과 유럽 등 10개국의 규제 당국자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의장국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17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빅데이터·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국내에서 발간하는 등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대응을 이어왔다.

더불어 신속한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혁신의료기기’ 제도를 운영 중이다. 총 15건의 혁신의료기기 중 9건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일 정도로 ‘기술 혁신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의료기기 선정 업체로 뷰노, 루닛이 꼽힌다. 각각 ‘AI 기반 고성능 환자감시장치 시스템’, ‘AI 기반 유방영상판독 보조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 혁신성에 관심이 모아짐에 따라 관련 임상시험도 늘어나고 있다. 연구개발 활성화에 있어 또 다른 호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건수는 지난 2018년 6건에서 2020년 2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 증가에 대해 “기존 축적해온 환자 데이터를 이용한 방법이 주로 활용된다”라며 “규제과학에 기반해 관련 제도를 검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통하는 국내 기술력…규제혁신과 ‘시너지’ 기대

규제당국의 폭 넓은 지원은 업계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업계에선 이미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암 진단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루닛은 미국 임상종양학회, 미국 암학회 등 세계적인 암 학회에서 3년 연속 초록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과 기술력 입증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국제 AI대회에선 구글, MS 등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최상위권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전 세계 AI 기업 순위’에서 100위권 이내의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최근에는 인텔, GE헬스케어 등과의 협업으로 기술 서비스 범위와 고객층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기반 수술 플랫폼 의료기기 기업인 휴톰 또한 지난달 27일 열린 의료 컴퓨팅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대회인 ‘MICCAI 2021’에서 ‘수술 동영상 AI 분석 챌린지’에 참가해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UCSD), 중국과학원(CAS) 등 쟁쟁한 글로벌 기관·기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작년 6월엔 컴퓨터 비전·딥러닝 분야 저명 학술대회 ‘CVPR 2020’에서 페이스북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높은 기술력은 단순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 활용 사례를 늘려가면서 그 효능을 지속적으로 입증해나갈 방침이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의 경우 이달부터 AI 솔루션 기업인 뉴로핏의 ‘AI 기반 뇌 영상 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치매와 뇌졸중 등 신경성 퇴화 질환에 대한 정확·신속 진단이 가능하다.

여의도성모병원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데모 테스트 통해 기존 치매 MRI 검사 대비 높은 신속‧정확성이 입증됐다”라면서 “뇌 상태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할 수 있어 진단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능 입증·접근성 확대 ‘과제’…해외시장 타깃 ‘필수’

다만 국내 도입, 해외 수출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효능 입증과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 여러 지원에도 단기적인 성장과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 AI의료기기 업계의 선도 기업, 뷰노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31% 증가한 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간 적자 폭도 동시에 늘어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뷰노가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내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도입, 해외수출 등에 대한 규제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서 예비 대장주로 손꼽히는 기업들의 기술력은 세계적 경쟁력이 충분한 상태”라며 “마치 ‘테슬라’처럼 높은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고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이어나가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과 영향력을 보유한 국내 첫 글로벌 의료기술의 탄생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어 그는 “의료기기는 오랜 기간 효능을 검증하고 입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의료계의 활용도도 높지 않아 상용화까진 중장기적 계획이 필수”라면서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은 전 세계 5% 미만에 불과하다. 해외로 눈을 돌려 효과적인 해외진출 전략 수립을 위한 전문인력 확충도 성공적인 상용화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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