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다빈치 SP 로봇 수술기를 이용해 전립선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4세대 다빈치 SP 로봇 수술기를 이용해 전립선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사진=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의료계가 ‘최첨단’ 복강경 수술 로봇을 적극 도입하면서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자들의 로봇수술 기회 등을 넓히기 위해 ‘로봇 국산화’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사용허가 이후 이어지는 포괄적인 재정지원이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여러 대형병원은 보다 정교한 ‘복강경 수술’을 위해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에서 개발한 최신식 4세대 ‘다빈치 로봇 수술기’를 도입하면서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최소 침습 수술’의 일환이다. 0.5~1.5cm 크기의 미세한 구멍에 내시경을 넣고 복강 내부를 모니터링 하면서 수술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개복 수술’보다 회복이 빠르고 미용효과가 높지만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해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고난이도 수술엔 한계가 있었다.

‘로봇 수술’은 이러한 한계점을 개선한 차세대 수술법이다. 집도의는 고해상도 3차원 영상을 확인하면서 로봇관절을 조종해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으로 인해 비뇨의학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4세대 다빈치 SP(Single Port) 로봇 수술기를 도입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나섰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4세대 다빈치 로봇 ‘SP’는 다관절 기구와 카메라로 이뤄져 있고 이전 버전의 장점을 업그레이드해 정밀 수술에 특화돼 있다”라며 “기존 다빈치 Xi와 동시 운영해 여러 질환에 대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여러 대형병원에서 다빈치 로봇수술 사례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면서 누적 수술 사례를 병원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췌십이지장절제술에서 차지하는 로봇 수술의 비중은 지난 2015년 6.3%에서 2020년 50.2%로 크게 상승했다.

◇학계 “수술 기회 넓히려면 국산 로봇 확대돼야”

‘다빈치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학계와 업계에선 ‘수술기회 확대’를 내세우며 수술 로봇 ‘국산화’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국내에선 미래컴퍼니가 지난 2018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복강경 수술 로봇 ‘레보아이’를 출시한 바 있다. 출시 이후 양호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장래성을 인정받아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연구개발간 우선·신속 심사권 등 다양한 특례를 적용받는다.

현재 회사측은 카자흐스탄, 이집트, 러시아 등에 레보아이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빈치 로봇’은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독점 수준의 시장 장악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레보아이 출시 이후 펼쳐진 가격 인하 정책도 한 몫 한다.

박병준 대한의료로봇학회 공동대표는 “레보아이 출시 이후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에서 저가 다빈치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는 등 국산 로봇이 가격 경쟁력으로 차별성을 두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집도의들이 손에 익은 로봇만 쓰려하는 보수적인 측면도 현상황에 어려움을 더했지만,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임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수술 로봇 특성상 수천에서 수만의 수술 사례를 꾸준히 축적해 임상적 입증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라며 “시장 특수성 등을 고려해 개발절차 간편화 만이 아닌 효과 입증·개선·유통 등 다방면을 아우를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재정지원이 이뤄지기 않는다면 중소병원, 전문병원에만 활용도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며 “수술 로봇 국산화가 확대돼야 전반적인 로봇 수술 폭도 넓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레보아이 ‘성능·비용 절감’ 강조…임상 데이터 축적은 과제

업계는 개선되는 레보아이의 성능과 보수유지 비용 절감 측면에 높은 점수를 주며 ‘국산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레보아이와 다빈치 로봇의 상호 견제 구조가 형성되면 치료비용 절감 등 환자를 향한 혜택이 늘어난다. 일단 레보아이가 로봇 보수유지 측면에서 2~3배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라며 “사례 축적을 통한 임상적 데이터와 관련 교육은 다빈치보다 부족하지만 충분히 채워나갈 수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중소병원 등에서 적극 도입해 전반적인 혁신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당장의 업계와 환자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국산 로봇의 활용도 증가는 보험업계와의 공조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고난이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수술 가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다빈치 로봇 수술 가격은 1000만원대로 형성돼 있어 접근성 문제가 지속 제기돼 왔다.

최근 출시된 KB손해보험의 종합형 건강보험 ‘KB 4세대 건강보험’은 전통적인 수술 방법부터 ‘다빈치 로봇’ 수술까지 모든 수술에 대한 비용을 보장한다. 출시 두달 만에 매출 18억원을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이 지속됨에 따라 수술 로봇의 활용도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수술 로봇 시장규모는 올해 8조3415억원에서 오는 2025년 14조691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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