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 현대자동차그룹과 기존 중고차 업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소비자 편의’와 ‘판매과정의 투명성’,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내걸었지만 중고차업계는 “영세업자를 다 죽이려 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토록 극명한 입장차엔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이들의 이야기와 중고차 시장의 현 상황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 “중고차 시장, 매력적인 영역”…명분 확실한 현대자동차그룹
 ② “알짜만 골라 팔겠다니”…중고차 업계 여전히 반발 
 ③ 중고차 시장 성장 위해선 ‘상생과 양보’ 적극 나서야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자 기존 중고차업계가 즉각 들고일어났다. ‘독점’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자 기존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독점’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자 기존 중고차 업계가 즉각 들고일어났다. ‘독점’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법적으로 막는 ‘중고차 산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논의 기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지만 업계는 조율은 커녕 여전히 현대차그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부 사기 업자 만행에 업계 전체 매도돼 억울”

중고차 업계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중고차 시장서 벌어진 각종 사기사건이 언론에 부각되면서 “믿을만한 큰 기업이 중고차 판매도 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특히 지난 5월 중고차거래사기단에 피해를 입은 60대 남성이 목숨을 끊은 사건마저 발생하자 양정숙 국회의원(무소속‧비례)은 중고차 미끼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자동차 관리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26일엔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중고차 시장 개방’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시민교통안전협회·교통문화운동본부·새마을교통봉사대·자동차시민연합·친절교통봉사대·생활교통시민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교통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3년 여 끌고 있는 개방 여부를 조속히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전국민 온라인 서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은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연합회 사무국장은 “정상적인 사업 허가를 받은 딜러사가 아닌, 매매시장 주변에 별도로 사무실을 차려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 이들 사례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업계 전체 이야기로 뒤집어씌워 매도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상생안, 결국 좋은 차만 골라 팔겠다는 뜻”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상생안에 대해서도 “신규 등록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이하 조건 중고차만 팔겠다는 건 상품화하기 좋아 잘 팔리는 차만 취급하겠다는 의미”라며 “현대에서 모닝 팔겠나, 돈이 되는 고급차만 가져가고 나머지를 업계에 내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고차 물량을 독식하지 않기 위해 6년·12만㎞ 이하의 중고차만 판매하겠다는 제시안을 내놨으며, 업계 반발이 심하자 올해 5년·10만㎞ 이하로 수치를 조정했으나 이 역시 거부당했다.

이 외에도 신차를 팔 때 타던 차를 사들이는 매집 허용 여부와 1년 거래량인 250만 대중 사업자를 통해 하는 거래와 개인 간 거래가 각각 50% 정도인데, 이에 따른 취급 물량 퍼센테이지를 놓고도 의견 차이가 크다.

◇“물량 확보 비상”…잘 나가던 업체들도 예의주시

한편 그간 중고차 사업으로 승승장구해온 대기업 계열사들도 현대차그룹이 반갑지는 않다. 중고차 시장이 개방되면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신규 사업자들도 함께 진입해 물량 확보 경쟁이 지금보다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KB차차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아직 중고차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지 몰라 당장 대응방안을 세울 순 없으나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KB차차차 플랫폼을 좀 더 고도화한 4.0 버전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중고차 1위 업체인 케이카는 “늘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좋은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조심스러운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장은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업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고차와 뗄 수 없는 관계이자, 중고차 업계의 영세기업까지도 포용할 자세가 돼야 할 것”이라며 “중고차 인증은 현대차가 맡고, 판매는 기존 업체가 하는 등 다각도의 방안을 고심해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는 것이 소비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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