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 현대자동차그룹과 기존 중고차업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소비자 편의’와 ‘판매과정의 투명성’,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내걸었지만 중고차업계는 “영세업자를 다 죽이려 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토록 극명한 입장차엔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이들의 이야기와 중고차 시장의 현 상황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 “중고차 시장, 매력적인 영역”명분 확실한 현대자동차그룹
 ② “알짜만 골라 팔겠다니”…중고차업계 여전히 반발 
 ③ 중고차 시장 성장 위해선 상생과 양보 적극 나서야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서 방문객이 차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서 방문객이 차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고차 시장 진출 지난해 공식 선언… 소비자들 “대환영”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중고차 매매업은 2019년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됐었다. 대기업이 들어가고 싶어도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데 2019년 초 이 지정기한이 만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급기야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약 20조원 규모로 신차의 1.5배(자동차 대수 기준)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은 완성차 업계에는 더없이 매력적인 영역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등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사들여 수리 후 일정 기간 품질을 보증해주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에 초점을 뒀다. 실익과 소비자 모두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그동안 허위매물, 미끼상품 피해, 성능‧상태점검 기록 오류, 바가지 금액 등 일부 중고차 매매상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소비자가 한국소비자원에 중고차 관련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건은 총 1026건에 이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 2209명 중 688명(31%)은 중고차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기 유형의 38%가 허위매물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도 공식 사이트를 만들어 ‘중고차 매매 평균금액 조회 서비스’를 제공해 중고차 허위매물을 잡아보겠다고 나섰지만 시행 초기단계여서 효과는 미미하다.

이처럼 일부 업자들의 상술에 시달려온 소비자들은 “대기업이라 좀 더 믿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입차업체 이미 중고차사업 중… 업계와의 합의는 지지부진

수입 중고차 매매사업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도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형평성에 어긋난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차업체들은 이미 올해까지 3만 대 이상 인증 중고차를 팔았다. 신차를 팔며, 타던 차를 직접 사들이고 그 가격만큼 신차 값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타던 차를 처리할 수 있으며, 수입차업체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에도 신차 구매 시와 동일한 보증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에 호응을 얻고 있다.

수입차업체 역시 소비자에겐 이미지 제고 효과를 주며, 신차‧중고차 이중 판매로 쏠쏠한 이윤을 남겨 지난해 비해 판매량이 30% 오르는 등 급성장 중이다.

중고차 캐피털(금융 서비스) 역시 상당한 수익원이다. 중고차 특성상 대출금리가 높아 캐피털‧카드사를 끼고 있는 현대차그룹엔 좋은 기회다.

이런 이유들로 현대차그룹은 어떻게든 중고차 시장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으나 갈 길이 멀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10% 이내로 제한 △5년·주행거리 10만㎞ 이하 차량만 판매 등의 조건을 제시했으나 ‘전체 물량’ 기준 등에서 이견이 커 좀처럼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조율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결과가 없는 상태”라며 “중고차업계의 반발이 너무 심해 접점을 찾기 힘들다.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재지정될지 여부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결정한다.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의 협의 기한은 3개월로 이 달 안에 현대차그룹과 중고차업계의 협의가 안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자체 판단해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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