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석 한의기술응용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정환석 한의기술응용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면역항암제 개발에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 ‘마이크로바이옴’과 한약 소재 ‘천연물질’을 적극 활용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로또’에 비유되는 혁신 신약개발은 국내외 제약사에게 최대 난제이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는 기존 화학물보다 부작용이 적고 시장성은 높다고 평가받는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을 적극 발굴·활용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3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면역기능을 개선해 암을 치료하는 차세대 항암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세계 첫 ‘한의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의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KIOM-ICI-1’의 임상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면역항암제 중 가장 널리쓰이는 면역관문차단제는 현재 7품목이 승인돼 있으나 낮은 반응률(10명 중 2명)과 면역과민 반응 등의 부작용으로 이를 보완할 신소재 발굴이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KIOM-ICI-1’이 암세포의 면역체계 회피 기전인 면역관문을 차단하면서 면역세포(T-세포) 활성을 높여 종양 크기를 50% 이상 억제한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한의기반 면역항암제 'KIOM-ICI-1'의 종양 억제 효과.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반 면역항암제 'KIOM-ICI-1'의 종양 억제 효과.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인 옥살리플라틴과 병용 투여할 시 ‘KIOM-ICI-1’의 치료효과가 상승한다는 사실도 확인해 향후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치료에 대한 임상시험도 계획 중이다. 

정지우 한국한의학연구원 행정원은 “기존 만성질환에 대한 신약을 개발 중 이번에 3세대 항암제(면역항암제)와 관련된 효능이 확인돼 치료제 개발까지 추진 중이다”라며 “전세계적으로 천연물질을 이용한 여러 면역항암제 개발 시도가 있었으나 이번 절차까지 온 경우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반적으로 기존 화학물질 기반 신약과 같은 임상 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천연물질은 기존에 널리 활용돼 온 점을 반영해 독성시험인 1상을 면제받고 2상부터 진행한다”라며 “한의 기반 신약은 임상 케이스가 적어 기존 식약처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며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 마이크로바이옴 적극 활용…효과·안전성 과학적 입증= 지놈앤컴퍼니는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체 내 미생물 활용해 부작용이 적은 마이크로바이옴은 지난 2007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이 보편화되고 미생물이 광범위한 질환에 연관된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차세대 신약 제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1월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팀과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의 약물작용기전을 규명해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이후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3월 독일머크, 화이자와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두 번째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해당 약물에 대한 임상 2상이 진행될 예정이며, 2상 진입 전 기술수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제약사 세레스가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조만간 세계최초로 허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마이크로바이옴의 효과·안전성에 대한 입증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 수는 다소 적은 상황”이라며 “마이크로바이옴 약품과의 병용이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2300여 종류의 마이크로바이옴 라이브러리 보유하고 있다. 임상샘플에서 발견한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특정질환 치료에 적합한 균주를 도출해 신약개발에 나선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여러 연구개발 병원과 협업해 임상데이터와 유전체 분석,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을 진행 중이다”라며 “이를 통해 항체신약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 매년 23.9% 성장해 2022년 758억달러(약 9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제약사의 행보는 향후 면역항암제 시장을 넘어 업계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의학연구원의 성과는 과학적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아온 한의 기반 치료가 난치병인 암까지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라며 “적은 부작용으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도 신약 개발이 성공한다면 국내 업계의 사업 다각화에 물꼬를 틀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 국내에서 차세대 물질 활용사례가 부족한 만큼 산·학·연의 유연한 연구개발 연계·협업을 위한 여러 플랫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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