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절차와 관련해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답보 상태를 지속하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글로벌 무대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초대형 조선사의 출현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사진=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절차와 관련해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답보 상태를 지속하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글로벌 무대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초대형 조선사의 출현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사진=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절차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상반기 안에 사실상 마무리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선업계 안팎으로는 향후 글로벌 무대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초대형 조선사의 출현을 경계하려는 EU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의 마리아 초니 대변인은 지난 13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재개 여부에 대해 “지난해 7월 13일 이후 조사가 여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초니 대변인은 조사 지연 이유에 대해 “당사자들이 위원회가 요청한 인수·합병 관련 중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을 경우, 조사는 중단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EU의 입장에 대해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해당 기업결합 심사가 하반기까지 지연됨은 물론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지난해 6월 중간심사 결과 발표 후 심사 유예

앞서 지난 2019년 2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선언 후 3월 본계약을 맺었을 때만 해도 연내 모든 과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인수·합병 문제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 계약 체결 후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인수·합병과 관련해 2019년 7월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이후 같은해 10월 카자흐스탄이 첫 승인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해 8월 싱가포르, 12월 중국에서도 승인 결정 소식이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대형 조선사가 출범하면서 승인 반대의 명분이 한층 약해진 점도 작용했다.

이로써 EU의 심사 결과가 인수·합병의 중요한 관건이 된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기업결합과 관련해 액체화물운반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건조시장의 경쟁 제한 우려는 해소됐다는 중간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올해 초부터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함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해당 심사를 세 차례나 일시 유예했다.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견제 심리 작용…LNG운반선 시장 독과점 주시

국내 조선업계는 EU가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에 이어 정보 제공 미비를 심사 절차 중단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미 지난해 6월 중간심사 결과 발표 직후 EU가 가스운반선 건조시장의 경쟁 제한 우려와 관련한 검토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인수·합병에 따른 LNG운반선 시장 독과점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더욱이 유럽은 LNG운반선 선사들이 집중돼 있는 지역으로, 인수·합병으로 출현한 초대형 조선사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할 경우, 한국조선해양의 글로벌 LNG운반선 시장점유율은 무려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EU 반독점법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40%를 넘을 경우, 시장 과점으로 판단된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EU가 가스운반선 시장점유율을 낮춰 독과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처럼 EU 심사가 예상보다 많이 늦춰지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 인수 기한을 연장하는 수정계약을 산업은행과 체결했다. 즉 현물출자·투자계약 기한을 지난해 9월 30일에서 올해 6월 30일로 늘리고, 대우조선해양 신주인수권을 취득하는 기한도 올해 12월 31일로 연장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현재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중으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이은창 산업업구원 연구위원은 “최종적인 절차가 종료될 경우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선박 제조를 맡게 되고, 한국조선해양은 영업, 구매 등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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