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제로 던 포비든 웨스트 게임 플레이 영상. [이미지=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갈무리]
호라이즌 제로 던 포비든 웨스트 게임 플레이 영상. [이미지=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갈무리]

[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젠더이슈로 몸살을 앓았던 게임업계에 정치적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문제가 떠오르면서 이용자들의 게임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게임성과 스토리가 주된 선택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PC이슈도 고려하게 됐다.

올해 10월 출시를 앞둔 게릴라게임즈가 개발한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주인공의 외모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전작에서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애니메이션 슈렉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전작에서도 다른 게임에 비해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의 외모가 구설수에 올랐으나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악역은 남성 케릭터로, 여성 케릭터는 똑똑하고 주체적인 인물로 묘사되면서 PC논란이 있었으나 게임성이 뛰어나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앞서 출시된 너티독이 개발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성 소수자, 페미니즘, 인종차별 등을 내세워 비난을 받았다. 주인공의 동성애 장면이나 폐허가 된 도시에 성소주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표식을 삽입해 논란이 됐다.

당시 닐 드럭만 너티독 부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동성애, 피부색이 다른 사람, 여성 혐오를 가지고 있다면 절대로 우리 공연에 오지 말고 너바나 음반도 사지 마”라는 커트 코베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용자들의 비난을 정면으로 대응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출시하자마자 악성재고 신세가 됐다. 게임매장에서는 중고매입이 불가하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피규어가 포함된 한정판이 1만1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 Part2’는 성 소수자, 페미니즘, 인종 이슈 등 PC를 내세워 비난을 받았다. [이미지=게임화면 갈무리]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성 소수자, 페미니즘, 인종 이슈 등 PC를 내세워 비난을 받았다. [이미지=게임화면 갈무리]

이 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필드 5’ 등도 불필요한 설정으로 PC 논란이 일었다.

게임스토어에서 만난 이용자는 “예전에는 게임을 선택할 때 전작의 흥행여부나 개발사를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PC요소가 반영됐는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굳이 게임에 PC요소를 넣고 이용자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PC논란이 있는 게임이 출시되지는 않았다. 게임업계에서는 한 해에도 수백개의 게임이 출시되는데 굳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내 PC요소와 관련해서는 입장이 달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PC요소가 반영된 게임이 출시되면서 이용자들은 기획자가 일방적으로 사상을 강요하고 주입한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다른 문화산업과 마찬가지로 게임산업도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며 “10년 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니즈로 게임에 대한 새로운 선택 기준 생기면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자의 의도를 두고 이용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게임내 PC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PC요소가 반영된 게임이 출시되면서 기획자가 일방적으로 사상을 강요하고 주입한다는 이용자의 불만이 있었다”며 “국내에선 젠더 이슈로 게임업계가 몸살을 겪었는데 불필요한 설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설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스토리상 필요하다면 기획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도 있지만 유저들의 비판을 듣고 적절한 수용도 필요하다”며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이용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흥행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게임과는 다르게 국내 시장은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이나 1인칭 슈팅게임(FPS),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기획자나 개발자의 개인성향이 반영될 여지는 크지 않다. 한 사람에 의해 게임의 방향이 결정될 만큼 스타 개발자가 없는 이유도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국내 게임의 경우 커스터마이징의 범위가 넓어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며 “다양한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자가 스토리를 만들고 이용자에게 따라오게끔 하기보다는 이용자들이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콘텐츠에 가까워 해외 게임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C와 관련해 아직까지 문제를 삼고 있지 않지만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경우 등급분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게임법 32조에 반국가적인 행동을 묘사하거나 가족윤리 훼손,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등급이 나가기 힘들다”며 “PC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기준이 없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을 수 있다면 등급을 보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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