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최태원 SK회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ESG 열풍에 국내 기업의 동참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금융, 건설, IT 등 각 산업계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 사회적 가치 실현을 내세우고 경영 패러다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ESG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에서도 앞다퉈 관련 기구를 설치하며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지만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과 환경개선을 보다 구체화하는 수준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의 3가지 비재무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 평가기준에 ESG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으면서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말 운용하는 모든 액티브 펀드에 ESG 요소를 반영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도 ESG 성적이 나쁜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도 2022년까지 운용자산의 50%를 ESG를 중시하는 기업에 투자할 방침을 세웠다.

글로벌 주요국가의 관련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그린에너지 인프라 확장을 밝혔다. EU도 올해 3월부터 역내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ESG공시를 의무화했다. 앞서 2018년 근로자 500인 이상 역내 기업에 ESG 공시를 지시했다.

우리정부와 국회, 경제단체 등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된다. 2030년부터는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총연합,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각각 ESG 조직을 설치하고 ESG 개념정립, 선진 사례 공유,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1일 미국 대표적인 경제단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조슈아 볼튼 회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경영 등 ‘새로운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급변하는 국제정세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기후변화와 소득격차, 인구감소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경영을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대한상의와 BRT가 서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볼튼 회장은 “BRT와 대한상의가 각종 경제‧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답했다.

한국형 ESG 논의를 위한 국회 ESG 포럼도 지난 3월 말 발족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아 법‧제도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김 의원은 “ESG 경영은 CSR과 달리 단순히 사회적 책임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향후 기업의 경쟁력과 생존에 직결되고, 그 속도는 빠르게 가속화 될 것”이라며 “ESG가 우리 경제에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확산될 수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ESG는 미래의 새로운 경제 지표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사회와 경제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정부의 정책 수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법과 제도, 정책적 지원으로 금융과 산업계 전반에 필수적으로 적용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ESG가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시작은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약 복귀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ESG 경영은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반면 국내에서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은 2~3년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ESG 경영 이슈에 기업이 기존의 공유가치창출(CSV), 사회적 책임(CSR)을 얹어간다고 지적했다.

기업 역시, 기준이나 체계가 없어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기존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기준의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기존의 환경경영,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구체화하고 체계화하는 방안으로 ESG 경영 실천에 나섰다. 지배구조 개선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그룹은 올해초 주주총회를 통해 ESG 관련 안건을 대부분 통과시키고 실행에 나서고있다.삼성전자의 경우 기존의 전사차원협 기구와 실행기구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했다. 이미 실천 중에 있는 환경경영도 보다 체계화 시켰다.

현대차, SK, LG 그룹도 삼성전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노선을 걷고 있다. 특히 SK 그룹은 최태원 회장 주도 하에 ESG 경영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는 등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련 계열사에서도 ESG 경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에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부터 윤리적인 원자재 수급, 재활용‧재사용 등의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 등 안전성 문제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금융권과 보험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ESG위원회 설치와 함께 친환경 투자 방침을 선언했다. 소비자 신뢰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도 예고했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이미 실행 중인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친환경 패키징 확대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와 밀접한 업계이다 보니 가장 눈에 띄는 친환경 부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각 사별로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조직개편에도 나섰다.

환경부문에서 취약한 건설‧철강업계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생산‧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 에너지원의 친환경화도 선택했다. 기존의 노후된 발전시설의 성능 개선과 태양광, 수소등의 친환경 발전시설의 전환도 꾀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의 시선은 한쪽에 치우친 사업만 추진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떠오른 ESG와 기존의 환경경영, 사회공헌 활동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이유다.

한 그룹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ESG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지만 기존의 활동을 강화한 수준에 불과하지 않다”며 “정부에서 단순히 의무를 강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마련하고 기업에서 이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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