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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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조동옥 기자] 지난 4월 20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상화폐 시장에 전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유명 기업인 한글과컴퓨터 코인으로 부르는 아로와나토큰(ARW)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상장된 오후 2시 30분 50원에 거래를 시작한지 30분만인 오후 3시경 5만원 넘게 가격이 치솟았다. 상장 30분 만에 가격이 1000배 이상 폭등했다. 수익률로는 10만 퍼센트다.

[사진=빗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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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CEO 머스크 효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도지코인은 지난달 17일 국내 거래소 업비트 한 군데에서만 하루 거래금액이 17조원에 달하면서 코스피 전체 하루 거래금액을 능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국내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이미 코스피, 코스닥 통털어 주식시장 규모를 넘어 선지 오래며, 투자자가 500만명 이상에 달한다. 이 투자자 중 60% 이상이 2030들이다.

24일 서울 강남구 소재 유명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조동옥 기자]
24일 서울 강남구 소재 유명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조동옥 기자]

올해 1분기 거래소 신규가입자만 해도 250만여명에 이르는데 신규가입자 대다수가 2030이라는 통계를 보더라도 2030의 가상화폐 시장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2030들은 왜 이토록 가상화폐 시장, 이른바 토큰경제(Token Economy)에 열광하는가? 영혼까지 끌어 모으고 빚까지 끌어 모았다는 이른바 ‘영끌·빚끌’로는 폭등하는 부동산은 그저 남의 얘기일 뿐이고 ‘넘사벽’이다. ‘부러진 사다리’로는 기성세대 근처에도 다다를 수 없고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벼락거지’가 돼 있음에 2030들은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의 각종 불공정 사례를 지켜보며 절망을 넘어 표출된 분노는 공정성·신뢰성·투명성, 그리고 기득권의 간섭이 없는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경제가 2030들의 열망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유명 광고회사 5년차인 이모씨(여, 29세)는, “기성세대들이 2030들의 코인 투자를 이른바 ‘묻지마 투기’로 폄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광풍과 코인 투자가 뭐가 다르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어 “코인과 블록체인이 IT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IT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2030들에 비해 빈약한 기성세대들의 무지의 결과인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반대만 하는 것에 분노까지 생긴다”며 “솔직히 지금 직장도 대안이 없어 다니고 있지만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코인으로 돈을 벌어 하루라도 빨리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26세 대학생 안 모씨(남)는 “주변 취직한 선배들을 보면 부모님과 같은 기성세대처럼 열심히 회사만 다녀서는 아무리 월급을 아끼고 모아봤자 집은커녕 전세금조차 마련하기 어렵고 결혼해서 아이 교육까지 감당하려면 평생 직장의 노예가 될 것 같다”며 “코인이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 위험하지만 탈중앙화와 투명성·신뢰성이라는 본질에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등 대장 코인들을 사서 몇 년간 장기 보유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 박 모씨는 “가상화폐가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와 미국 정부의 거래소 조사, 그리고 유명인사인 일론 머스크의 발언 등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4년 전과 달리 글로벌기업 및 기관들도 투자에 가담하는 등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준비가 된 것 같다”며 “가상화폐시장이 외부의 작은 충격에 흔들리는 경향이 있지만 맷집을 보이며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8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 이른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화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존 중앙 집중화된 금융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생긴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비대화·권력화·불평등한 중앙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감으로 소수가 아닌 다수가 금융 주권을 갖는 분권화된 금융시스템을 표방하며 같은 해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실존이 불분명한 인물에 의해 논문으로 발표됐고, 다음 해 1월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발행됐다.

탈중앙화와 평등, 그리고 투명성을 표방하는 토큰경제(Token Economy)의 개념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ICO(Initial Coin Offer:가상화폐공개) 열풍과 함께 기존 비즈니스에 블록체인을 결합시키면서 이 토크경제가 더 각광을 받고 있다.

토큰경제의 사례를 보면,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이 막대한 유저를 바탕으로 토큰경제를 시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클레이튼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어 클레이라는 토큰을 이용해 카카오에서 상품을 거래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간이 알파고에 바둑으로 유일하게 승리한 것은 2016년 3월 13일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이었다. 이 네 번째 대국을 토큰으로 자산화 시키기 위해 이세돌의 사진과 서명, 그리고 당시 승리 장면을 담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대체불가능 토큰이라고 명명된 NFT(Non-Fungible Token)로 발행한 뒤 경매사이트에 올렸다. 결과는 약 2억5000만원에 낙찰. 토큰경제는 이제 성큼 우리 생활에 다가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토큰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물결이지만 그 중에는 토큰경제를 빙자한 스캠(사기)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는 신중한 자세가 절대 필요하다”며 “특히 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는 초보자는 해당 코인이 추구하는 생태계에 대한 실현 가능성과 혁신성을 우선 살펴보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성세대들도 2030들의 코인시장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투기’나 ‘도박’으로만 매도하지 말고 새로운 시대의 혁신과 열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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