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시가 국토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사진=국토교통부‧서울시]
22일 서울시가 국토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사진=국토교통부‧서울시]

[이뉴스투데이 김남석 기자] 국토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22일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 기준 중 ‘건축물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현행 50%에서 30% 수준으로 줄여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사업추진을 결정하는 첫 단추인 안전진단 절차와 기준부터 완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민 깊어지는 국토부

서울시가 공을 넘기면서 국토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공급 확대 측면에서만 보면 서울시의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니지만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측면을 봤을 때 재건축 활성화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입을 닫았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과 서울시가 요청한 기준. [자료=국토교통부‧서울시]
현행 안전진단 기준과 서울시가 요청한 기준. [자료=국토교통부‧서울시]

현재 적용되는 안전진단 기준은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가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강화한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거듭된 규제 완화로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됐다며 규제를 ‘정상화’ 시킨다고 표현했다.

국토부는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해 안전진단 판단 기준의 중점을 주거 편리성에서 구조안전성으로 바꿨다. 건물의 노후도를 보는 ‘구조안전성’ 항목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늘린 반면 주차공간, 배관 시설 등 생활 인프라를 점검하는 주거환경 비중을 종전 40%에서 15%로 낮췄다.

또한 기존 ‘조건부 재건축’을 받은 아파트 단지는 시기 조정 후 사업 추진이 가능했지만, 절차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적정성 검토’를 추가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기준을 강화한 후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 중 단 3곳만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지난 1988년 준공된 목동신시가지 11단지 아파트도 지난달 안전진단 단계에서 사업이 막혔고, 불광미성, 월계시영, 목동9단지 등 재건축 요건인 30년을 넘긴 아파트들이 기준 강화 후 줄줄이 탈락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노후 아파트를 판단하는 안전진단 기준이 구조적인 측면에만 치우쳐 있다고 판단해 국토부에 조정을 요청한 상태”라며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 주거환경과 전기설비, 마감재같은 시설 부분도 동일한 비중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바꾸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요청이 설득력이 있지만 안전진단 규제를 문재인 정부의 집값 안정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국토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현행 안전진단 기준은 현재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수정된 것”이라며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시작…부동산 정책 대립 부분 ‘산적’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시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건축 추진 단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시작일 뿐 향후 대출과 세금 규제, 민간개발 용적률 조정,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등에서 계속 대립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금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내에서도 종부세 기준 상향,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 우대율 혜택 대상 확대 등 완화 내용이 오가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이 공약한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 재산세 특례 기준 상향 등에서는 의견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종부세 전환 공약 당시부터 정부는 걷는 것만 국가에서 할 뿐 전액 지방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고, 법 개정이 필요해 시장 의지만으로 불가능한 사안인 만큼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용적률 역시 현재 정부가 공공재개발의 주요 인센티브로 제시하고 있는 사안으로, 민간 재개발 용적률이 상향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2‧4 대책과 5‧6대책 후보지들 까지 흔들릴 우려가 있어 의견 합의가 쉽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세훈 시장이 공약했던 세금규제 완화, 민간개발 활성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등은 현재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견해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서울시가 요청하고 정부는 고민하는 그림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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