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는 회사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ARS)을 함께 신청한 것과 관련, 23일 ”총고용이 보장된 회생절차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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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조채원 기자] 쌍용자동차가 10여년 만에 다시 한번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현재와 같은 사태를 두 번 겪게 된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와의 인수·합병을 이끌던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가 공식 사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채권단 의견을 수렴하면 검토 후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할 방침이다.

◇벤츠와 기술 제휴로 비용 증대·원천기술 확보 실패

쌍용차가 처음 매각 대상이 된 것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창립자 하동환의 동아자동차로 지프·버스 등에만 사업영역이 국한돼 성장 부진을 겪었다.

이러한 동아자동차를 쌍용그룹이 인수했다.

1986년 쌍용 그룹에 인수된 직후 출범한 쌍용자동차는 쌍용 그룹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SUV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재기했다.

쌍용은 막대한 투자 비용에도 그룹 차원에서 쌍용자동차에 투자했다.

그 결과 1991년 메르세데스-벤츠와 가솔린 엔진·자본·승용차 제휴를 통해 쌍용의 베스트셀링 모델 무쏘와 신형 코란도를 출시하고 1997년 고급 승용차 체어맨을 출시해 시장에서 주목 받았다.

그러나 SUV에 국한된 생산 라인, 1992년부터 이어진 적자에 체어맨에 들어간 막대한 개발비까지 더해지면서 부채가 3조원을 넘은 데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쌍용 그룹은 해체됐다.

이후 대우자동차에 매각됐다가 무리한 확장으로 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된 대우그룹 부실로 인해 1년 만인 1999년 대우그룹 또한 해체됐다.

이를 계기로 쌍용차는 2000년 대우자동차에서 분리되어 나와 채권단 주도 하에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해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에 들어갔고, 사업부문이 SUV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이때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며 첨단 디젤 엔진을 개발하고 세그먼트별로 특화된 SUV를 출시, 2001년 렉스턴을 출시하면서 그 이듬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2004년 10월 중국 국영 자동차기업 상하이자동차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기술개발·내수·수출 막혀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후 신차를 개발하지 않았으며, 주력인 SUV마저 현대자동차에 추월당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중국차’라 불리우며 시장에서 외면 받다 2008년 세계적인 유가 급등 현상 등 악재가 겹쳐 연비가 낮은 SUV 차량의 판매 대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2009년 1월 상하이자동차는 긴박한 자금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이튿날 법정 관리를 신청해 또다시 ‘주인 찾기’에 나선다.

2009년 쌍용차의 수출 대수는 1만2747대를 기록,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했다.

◇개성 잃은 디자인·신차 개발 안 돼 흑자 전환 실패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의 자동차 회사 마힌드라는 9억 달러의 기술개발 투자를 진행해 2013년 쌍용자동차는 14만5649대를 판매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다.

2015년 1월에는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경쟁모델 코나와 셀토스를 각각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뺏긴다.

이에 따라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신차 개발 또한 하지 못한 채 전 세계 친환경 정책으로 디젤 엔진 기피, 티볼리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시해 고유의 개성을 잃은 G4 렉스턴과 뷰티풀 코란도가 시장에서 참패를 겪으며 또다시 크게 휘청이게 된다.

결국 마힌드라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등 재정난을 이유로 쌍용차의 지배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 개발·수출길 열어줄 투자사가 나서야

쌍용차의 패착은 복합적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거친다 해도 높은 부채와 잠재력에 대한 의문으로 새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가 청산되지 않고 계속기업으로 존속하려면 모빌리티 사업으로 전환을 이끌고 해외 판로를 열어줄 수 있는 투자사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내수 시장은 현대차그룹과 수입차 기업으로 양극화된 가운데 SUV라는 한정된 제품으로 수익을 내려면 고급화 또는 보급형으로 볼륨 기업으로 전환이 불가피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2년 주기로 2000~3000억원이 소요되는 신차 개발이 이뤄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출시 모델이 한정적인 쌍용차가 계속기업으로 남으려면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도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날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산업은행 등에서 매각호가보다 매각 기업의 해외 진출 능력과 투자 의지를 우선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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