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으로 평가받는 중국 하(河)나라의 시조인 우(禹) 임금과 농업의 신으로 숭배되는 후직(后稷)은 장마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민생현장을 숱하게 누비고 다닌 인물들이다.

우임금이야 궁궐이 집이기에 그렇다 치더라도 궁궐 밖에 집이 있는 후직은 공무 차 가는 길에 세 번이나 자기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헌신하는 공직자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

후직은 오늘날로 치자면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다. 높은 직위에서 적당히 요령도 피울 만하지만 그는 궁궐에서 숙식하기 일쑤였다. 가족들의 근황도 들여다보질 못했다. 눈에 밟힐 가족들이 있어도 후직은 민본정치가 우선이었다.

궁궐이 집이 되어버린 그에게 주변의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집에 다녀오라 권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내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많은 백성들이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네. 그런데 어찌 우리 집에 드나들 면목이 있단 말인가.”

훗날 사람들은 백성들을 자신의 가족보다 더 아끼고 보살폈던 후직을 성인으로 받들고 칭송했다. 

백성들의 애환을 위로하는 나랏일이 우선이라며 집안에 발조차 들여놓지 않았던 그는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백성과 자신의 처지를 이심전심으로 소통했던 위정자였다. 매너리즘에 빠진 관료들로 골머리가 아팠던 독일의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살아 있다면 마냥 부러워했을 일이다.  

중국의 대학자였던 공자는 후직의 가족보다 백성을 위한 희생정신을 예로 들며 제자들에게 “자신의 처지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며 배려한 사람이다. 입장을 바꾸어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려 보는 것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가르쳤다.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는 뜻의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의 근원이다.

범상하기 이를 데 없는 후직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사로서의 처신도 역지사지의 태도를 갖춰야 한다.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보기 전에는 고백하건대 환자 입장의 주체화는 여간해서 쉽지 않은 일이다. 진료실에 걸려있는 고 신영복 교수의 ‘입장의 동일함’은 의사로서의 바른 처신과 환자에 대한 진정성을 곧추세우는 역지사지의 결기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 가치를 향해 걸어간다.   

근간에 생긴 치통으로 제법 고생을 하였다. 예약된 환자가 많아진 근래에 평일에 시간을 내서 치과를 방문하기란 지난한 처지였다. 날로 더해지는 치통으로 답답한 마음에 평소 알고 지내던 고희가 가까우신 지인 치과 원장님께 도움을 청했다. 3년 전 즈음 어학원에서 중국어 수업을 같이 수학하던 학우이기도 했다. 고맙게도 예약이 비어 있는 시간이 있어 한 걸음에 달려가 진료를 받게 되었다. 치통에서 해방된 그 느낌이란 겪어본 이들은 익히 알 것이다. 이 또한 이심전심이리라.

환자 입장에서는 이렇듯 예약 잡는 것도 힘이 들고 시의적절하게 치료받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모든 치료는 일말의 공포심과 두려움을 수반한다. 수술이 일상이 된 의사인 나도 그랬다. 수술대 위에 누워보지 않고서 어찌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겠는가. 의사가 가족의 마음으로 친절해야 될 이유이다.

세상의 모든 분별은 나의 관점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이기적이라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선은 타인에게 악이 되기도 하고 타인의 선은 내게 악이 되기도 한다. 이해관계의 끝없는 충돌은 수평이 안 맞아 덜컹거리는 세탁기의 굉음으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삶은 늘 공사 중이다. 불편해도 늘 고쳐가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수리도구는 공감에 의한 역지사지의 마음뿐이다. 이 도구는 썩 잘 든다. 

 

안태환 원장 약력

▪ 강남 프레쉬이비인후과 의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前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 레이저 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