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민 대표
오정민 대표

자동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나에게 맞는 차다. 요즘 말로 핏(fit)이 맞는 차를 찾는 것이다.

옷을 살 때 아무리 좋은 메이커의 멋진 옷이라도 입어보고 결정하는 피팅(fitting) 과정이 있듯이, 자동차도 시승을 해봐야 한다. 아무리 많이 팔린 차도,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듯 칭찬하는 차도, 정작 본인에게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마니아들이나 전문가,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차의 경우,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다소 어색한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전문가들에게 승차감과 코너링이 좋았던 차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딱딱해서 허리가 아픈 경험이 되기도 한다.

여성 운전자들에게 인기 많은 미니쿠퍼의 경우 예쁜 겉모습과 달리 대부분 무거운 핸들에 운전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런 묵직한 핸들링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에 따라 현대차의 승차감, 독일차의 승차감, 일본차의 승차감을 선호하는 운전자가 있다. 정숙한 실내를 선호하는 운전자가 있는 반면 날카로운 코너링을 선호하는 운전자가 있다. 남이 하는 말이 아닌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맛집으로 소문난 곳도 정작 나에게는 그렇게 맛있지 않거나 기대만큼 맛있지 않거나 맛은 있으나 불친절하거나 다양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수입차라고 해서 유명한 차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차는 편안하고 성능이 좋다고 해도, 운전자가 느끼기엔 승차감이 불편하고 답답한 주행 질감의 차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경차를 고민중이라면 모닝, 스파크는 물론 레이까지, 국산 중형 세단을 생각한다면 쏘나타, 그랜저, 말리부, SM6를 최소한 타봐야 한다. 같은 모델 중에서도 터보,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일반인 구입이 가능한 LPi 라인업까지 비교 시승해 볼 필요가 있다.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했다가 주행 컨디션이 운전자와 맞지 않아 차를 바꾸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타본다는 것은 주행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오감을 총 동원한 모든 경험을 뜻한다. 온라인 리뷰나 홈페이지, 팸플릿 등에서 느낄 수 없는 운전자가 선호하는 다양한 것들을 비교할 수 있다.

뒷좌석이 좁다는 평이 있는데 실제로 나도 좁게 느껴지는지, 운전 시 시트의 착좌감, 핸들의 그립감, 계기판의 시인성이 나에게 맞는지 등의 여부는 직접 타보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이다. 중고차의 경우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필자는 고가의 신차를 시승했는데, 실내 인테리어의 스티치가 매우 촌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많은 리뷰어들은 '고급스러운 스티치를 추가하여'라는 보도자료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었다.

제네시스의 경우 스펙상 왠만한 수입차에도 뒤지지 않는 성능에 국내 상황에 맞는 다양한 옵션을 자랑한다. 어중간한 수입차를 사려면 제네시스를 사라는 조언도 많은 리뷰에 언급된다. 그 말만 믿고 구입을 결정할 수 있을까?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취향, 기대치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맞다 틀리다 이야기할 수 없다.

이제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에서 시승센터와 전시장 내에서 시승차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메이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승 예약을 받고 있는데, 현재 양산되는 대부분의 차를 시승할 수 있다. SNS 등에서 온라인 광고를 통해 시승 신청을 받기도 한다.

메이커 직원의 동승이 불편할 경우 렌터카나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모델과 옵션이 다양하지 않아 비교 시 감안해야 한다.

최근들어 몇몇 중고차 기업에서 타보고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도 운영 중인데, 차량 대금을 모두 지불 후 몇일간 타본 후 마음에 안들면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 환불해 주는 방식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도 자사 운영차량을 대상으로 온라인 직매각을 시작하며 타보기 서비스를 탑재했다. 공유 서비스 태생답게 판매 대상 차량을 하루 이틀의 이용료만으로 모두 타볼 수 있도록 했다.

중고차 서비스의 진화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 다룰 계획이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집 다음으로 큰 재산이자 자신을 나타내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한번 구입하면 몇 년은 함께 할 자동차, 당당하게 시승하고 결정하자. 이 정도의 발품과 투자는 자신의 발이 되어줄 애마를 결정하기 위한 예의 아닐까.

<저자 약력>
- 현 오토비즈컴 대표
- 현 고려대 온라인마케팅 AMP 겸임교수
- 전 현대캐피탈 오토인사이드 대표
- 전 SK엔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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