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금융소송을 둘러싼 '로펌간 경쟁'이 치열하다. 자본시장 부문 톱 티어(Tier 1) 로펌 중 김앤장과 화우는 주요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한 반면 태평양은 연달아 패배해 왔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KB증권 3사는 행정 소송을 담당할 법무법인으로 '태평양'과 '화우'를 동시에 선임해 향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법률시장에선 김앤장이 단연 부동의 1위 법무법인으로 자본시장에서도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김앤장 자본시장팀은 M&A뿐만 아니라 금융·증권 분야 전문성을 두루갖춘 고창현 변호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엘리엇의 가처분소송에서 삼성물산의 법률대리인으로 활약한 김용상 변호사 등 한명 한명이 스타급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화우는 '금융규제' 부문에선 독보적 로펌이다. 특히 올해초부터 KB증권·신한금융투자와 호흡을 맞추며 라임과 총투자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양사의 대응 논리를 개발해왔다. 화우는 하나·우리 은행의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DLF) 제재 관련 방어권을 성공적으로 대리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화우의 경쟁력은 금융감독원 출신이 많다는데 있다. '금감원 1호 변호사'인 이명수 변호사를 필두로 허환준, 연승재, 최종열, 최용호 변호사 등 금감원 출신만 10명에 육박하는 드림팀을 갖췄다. △금융감독기관의 검사 △검찰 수사 △법원 재판 등 전방위에 걸쳐 활약하고 있다.

태평양은 라임펀드 투자자 손실 보전에 초점 맞춘 활동을 펼쳐왔다.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하는 투자자들의 민원 대응, 고소고발에 따른 형사 절차  관련 자문도 수행하고 있다. 정의종 변호사를 자본시팀장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한국거래소 등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다수의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최근엔 소송보다 IPO 거래 등 행정업무 처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3사간 경쟁은 김앤장·화우 연합이 태평양과 맞붙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강성부 KCGI대표가 한진칼과 산업은행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태평양은 KCGI 연합의 법률대리인으로, 화우는 한진칼 법률대리인으로 맞붙은 것.

한진칼 법률대리인엔 김용상·고창현·박종현 등 김앤장 사단의 금융전문 변호사가 이름 올리며 지원 사격까지 펼쳤다. 이에 맞서 태평양에선 전주지법원장 출신인 한승 변호사가 홀로 KCGI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진칼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체면만 구겼다.

태평양은 유독 승패(勝敗)를 가르는 소송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6일엔 해외법인에 약 400억원을 대여했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32억1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 청구 소송도 대리했지만 기각당했다.

이밖에도 굵직한 현안 소송전에서도 패소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태평양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변론도 맡았지만 최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등 직접적 뇌물공여를 제대로 방어치 못했다. 태평양은 파기환송심을 통해 뇌물인정액이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나는 결과만 얻고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펀드소송전에 펀드판매3사가 팀플레이가 돋보인 화우 김앤장 연합 대신 태평양을 선택한 취지에 관심이 쏠린다"며 "이는 금감원 출신등 금융전문가가 많은 화우와 투자자 손실보전 등 금융소비자를 대변해온 경험이 풍부한 태평양 간 시너지를 일으켜 정부 상대 소송에 효율적으로 대응코자 하는 취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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