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4일 개최한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신현열 안정총괄팀장,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이민규 안정분석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개최한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신현열 안정총괄팀장,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이민규 안정분석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금융위기 가능성을 일축해온 한국은행이  잠재적 위험가능성에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빚내서 버텨온 경제주체들의 연쇄도산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내년이면 유동성 부족기업 비중이 올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안정지수(FSI)는 지난 4월 위기단계에 진입했다가 하락세를 지속해 11월에는 7.7(잠정)로 주의단계 임계치(8)에 이르렀다. 금융안정지수가 8 이하이면 안정, 8 초과 22 이하는 주의, 22 초과는 위기 단계다.

문제는 그동안 금융지원 명분 뒤에서 쌓이고 쌓여온 잠재리스크다. 지금까지 "금융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던 한국은행도 잠재리스크가 부메랑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2020년 3분기말 133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나 높은 증가세를 이어나갔다. 정부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조치가 이어지면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부채비율도 2019년 말 78.5%에서 2020년 상반기말 81.1%로 상승했다. 동시에 이자보상배율도 크게 하락(4.4배→3.5배)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자비용 지불능력을 보여준다.

반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기업의 재무상황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영업이익률 하락폭(-0.8%포인트)은 외환위기(-3.7%포인트)나 금융위기(-2.7%포인트)보다 낮았다. 물론 정부의 금융지원 효과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코로나19 와중에도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일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0년 3분기말 0.40%로 전년 동기(0.49%)에 비해 하락했다. 저축은행, 보험회사 및 여신사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모두 전년 동기대비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내년 3월까지 연장되면서 대출채권이 '고정'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조치가 종료된 후 시차를 두고 취약 가계·기업의 부실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자료=한국은행]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은 내년 중 기업실적이 회복(매출증가율 5.8%)되는 긍정적 상황과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비관적 상황(매출증가율 -1.7%)으로 시나리오를 구분해 분석했다.

금융지원이 종료될 경우 기업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더라도 유동성 부족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적지 않은 수(5.1%)의 기업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비관적 상황에선 유동성 부족기업이 7%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잠재리스크가 실물경제의 감당 수준을 초과하면서 시스템적 혼란(systemic disruption)이 야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충격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기업대출 부도율은 1.36%에서 2.29%로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동시에 향후 3년간 48조1000조원의 신용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내년 기업의 유동성 사정은 금융지원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 향후 기업실적이 조금씩 회복되어도 금융지원 조치를 전면 중단할 경우 유동성 악화로 자본잠식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중이다. 금융위는 추가적인 원리금 상환 연장조치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내년 1월부터 금융권과 산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해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올해 한계기업 여신은 전년대비 60조원 늘어난 175조6000억원이다. 이 중 중소기업 이 지난해 3475곳에서 5033곳으로 급증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더이상 연장은 어렵다. 상환 능력이 있는 기업은 대출 원리금를 장기 분할로 라도 갚아가되 그렇지 않은 기업은 구조조정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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