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본사 사옥. [사진=퍼시스]
퍼시스 본사 사옥. [사진=퍼시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코로나19로 오너 2세인 손태희 사장의 일룸 매출이 급증하며 퍼시스그룹 2세 승계 완성이 눈앞에 보인다. 더 많아진 이익금으로 아버지 회사인 퍼시스홀딩스 등의 주식 매입 자금을 얻을 수 있어서다. 

투자업계서는 아들인 손 사장의 ‘일룸-시디즈’ 매출 상승에 힘입어 아버지인 손동창 회장의 회사 ‘퍼시스홀딩스-퍼시스’의 합병도 머지않았다는 예상이다. 

난관은 편법 증여 논란을 어떻게 뛰어 넘을 지다.

일반적인 2세 승계의 경우 창업주가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 지분을 자녀인 2세에게 넘기면 그만큼 증여세를 내게 된다. 반면 퍼시스그룹은 2016~2017년에 걸친 지분구조 재배치 과정서 정상적인 증여를 통하지 않고 회사 간 주식 이동으로 편법 증여 의혹이 일어 국세청의 표적이 됐다.

◆지분 이동으로 그룹 지배구조 정상 오른 ‘일룸’

앞서 2015년 말까지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일룸‧퍼시스‧팀스 등이 있는 퍼시스그룹 브랜드 정점에는 국내 의자 브랜드 1위 시디즈가 있었다. 당시 창업주인 손 회장은 시디즈 최대주주로 지분 80.51%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 시디즈는 가지고 있던 일룸 지분 45.84%를 이익소각 한다. 이익소각은 기업이 누적 이익금으로 기존 발행한 주식 가운데 일부를 매수해 소각하는 것으로 주식 수가 감소하는 만큼 1주의 가치는 높아진다. 주식 가치가 높아지며 주주와 대표에게는 이익이 상승하는 효과도 가져다준다.

이익소각으로 2015년부터 일룸 주주가 된 손 회장 자녀의 지분율은 △장남 손 사장 15.77→29.11% △장녀 손희령씨 5.2→9.6%로 각각 늘어났다. 일룸은 자사주식이 61.29%로 손 회장의 두 자녀 주식을 합하면 총 100%가 된다.

손 회장 일가 주식이 일룸에 집중된 것은 생활용 가구가 대세일 뿐 아니라, 2세인 손 사장 지분이 압도적인 회사이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룸은 2007년 시디스서 인적분할한 생활용 가구 브랜드로 최근 3년 새 매해 매출이 백억원 이상 오를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0년 퍼시스에서 인적 분할한 교육용 가구업체 팀스도 2017년 4월 퍼시스홀딩스 하에 있다 일룸에 전량 매각된다. 이후 그룹 지배구조는 △손 회장> 퍼시스홀딩스(구 시디즈)> 일룸‧팀스‧퍼시스서 △손 사장> 일룸> 시디즈(구 팀스)로 바뀐다.

손 회장의 ‘퍼시스홀딩스-퍼시스’서 손 사장의 ‘일룸-시디즈’ 중심으로 퍼시스그룹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손 회장 아래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가는 사무용가구 퍼시스 계열만 남아있을 뿐이다. 퍼시스는 2018년 매출 3157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19년 3047억원으로 하락세다.

퍼시스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퍼시스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코로나19로 일룸은 성장세…합병 더 쉬워진다

일룸은 △2017년 매출 1923억원 영업이익 30억원 △2018년 매출 2224억원 영업이익 95억원 △2019년 매출 2396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으로 3년 연속 상승세다. 연간 재무제표만 공시하는 일룸은 보도자료를 통해 상반기 자사 데이터 분석 결과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성장했다고 밝혔다. 

올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며 국내 가구 소비가 급증한 것도 일룸에는 호재다. 상반기 한샘‧현대리바트‧까사미아 등 국내 가구 대표업체가 적게는 30~50%대까지 매출이 상승해 일룸도 유사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룸 매출 규모가 커지면 퍼시스홀딩스 주식을 사들일 자금 마련도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난관은 정부 조사다.

올해 5월 국세청은 일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담당을 맡은 것은 탈세와 비자금 등의 조사에 주로 투입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다. 편법 증여 의혹을 받고 있는 퍼시스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편법 증여 혐의가 드러날 경우 퍼시스그룹은 몇백억대 추징금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무용 가구 시장이 축소되며 퍼시스홀딩스쪽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가운데 생활용 가구인 일룸 쪽은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세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인수할 기업 가치가 떨어져 양사 합병에는 더할나위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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