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는 1989년 1기 신도시로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5곳을 지정했다. 1기 신도시는 30여년이 지나 노후화돼 주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기 신도시로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5곳을 지정했다. 1기 신도시는 30여년이 지나 노후화돼 주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재건축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이 수직증축과 분양가상한제에 가로막혀 성장에 발목을 잡혔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9월까지 지난해 말보다 10곳 더 늘어난 45개 단지에서 리모델링을 선언하고 나선 데다, 리모델링 명가 쌍용건설과 후발주자 포스코건설에 더해 대림산업‧GS건설‧롯데건설 그리고 현대건설까지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기조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1기 신도시 등 2018년 말 기준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축물 노후도가 전체의 37.1%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노후화 돼 주거 개선 필요성은 높아지는데 재건축 규제는 점점 심해진다. 이에 조합 관심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으로 쏠렸다. 조합 관심을 쫓아 리모델링에 대형 건설사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관련 수주전은 재건축 시장을 방불케 한다.

문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현실이다.

리모델링업계에 따르면 시장 발전을 막는 것은 논란이 된 내력벽 철거가 아니라 ‘수직증축’과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이다. 이는 사업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직증축은 호수를 늘려 일반분양을 함으로써 이익을 낼 수 있고, 분상제 적용은 늘어난 사업비를 회수하는 역할을 한다.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건축법 시행령 제6조제1항6호에 따라 기능향상 등을 고려해 국토교통부령으로 기존 건물에 2~3층을 더 높여 짓는 것이다. 2014년 4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건축법 시행령 제6조제1항6호에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규모와 범위에서 할 것으로 규정한다(위). 2019년 8월 4일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제61조제2항 입법 예고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주택조합 및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경우를 포함한 모든 경우로 규정했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법제처]
건축법 시행령 제6조제1항6호에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규모와 범위에서 할 것으로 규정한다(위). 2019년 8월 4일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제61조제2항 입법 예고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주택조합 및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경우를 포함한 모든 경우로 규정했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법제처]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4일 주택법 시행령 제61조제2항 입법 예고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주택조합 및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경우를 포함한 모든 경우로 규정했다. ‘모든 주택’이므로 리모델링주택조합도 포함된다.

같은 달 14일 국토부는 분상제가 ‘증가하는 세대 수가 30세대 이상으로 입주자모집 승인의 대상이 되는 경우 해당한다’며 설명자료를 통해 이를 확실히 했다.

정부 규제에 리모델링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2014년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허용되고 송파 성지아파트 단 한 곳만 허가를 받았다”며 “30세대 이상에 해당하는 리모델링 분상제 적용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내력벽을 철거하면 재건축과 무슨 차이가 있겠나”라며 “결국 조합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공공임대주택 기부채납 등을 부담하기 싫다는 건데 현 정부 기조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리모델링에 도전하는 조합의 면면을 보면 주민 의지는 더욱 확실해진다. 현행법상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15년이며 재건축은 이에 두 배인 30년이다.

반면 최근 리모델링에 도전하는 아파트는 준공 후 20년을 채운 목동우성2차(2000년)를 비롯해 밤섬현대(1999년), 성지아파트(1992년) 등 강산을 두 번 넘긴 아파트 외에도 30년 훌쩍 넘는 시간동안 서울을 지킨 이촌현대아파트(1974년), 삼전현대아파트(1989년)도 포함돼 있다.

30년을 넘은 이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하려다 안전진단 통과에 실패해 리모델링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입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쾌적한 주거환경과 동반되는 아파트 주민의 경제적 이익이다. 정부가 리모델링이 과열양상을 보인다며 지금까지처럼 규제를 강화할 경우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다.

도시문제 전문가는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용석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리모델링은 일반건물이나 공장 위주로 진행돼 주택 비중은 10%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도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면서도 “분당‧일산 등 1기신도시를 지은 지도 30년이 지나 앞으로는 공동주택 노후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박 연구위원은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지만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어 실제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주거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관련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