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지지만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부위인 인체의 귀는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하신 몸이다. 크게 바깥귀(외이), 가운데귀(중이), 속귀(내이)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귓바퀴도 역할이 크다. 음파를 모아 소리의 방향을 인지하는 기능이 있다. 사실 귀는 평소에 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고 잘 하지 않는 소외된 인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귀 질환에 힘겨워하는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이명 환자이다. 이명은 특정한 질환이 아니라 ‘귀에서 들리는 소음에 대한 주관적 느낌’을 말한다. 외부로부터의 청각적인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상태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이염 환자도 증가일로다. 귀 안쪽 고막에서 달팽이관까지 이르는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세균성 감염질환이다. 두 질환 모두 환자에게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질환에 직면하기 전에 평소 귀의 이상신호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귀는 면역기능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을 하게 된 호모사피엔스의 줏대인 귀를 그간 푸대접했다면 이제라도 돌아 볼 일이다.  

그리스신화에는 아폴론의 눈 밖에 난 미다스왕의 긴 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사이에 벌어진 음악 경연에서 심판관이었던 트몰로스가 아폴론의 승리를 선언하자 미다스는 이의를 제기한다. 아폴론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미다스의 당돌함과 우둔함을 힐책하며 당나귀 귀를 주었다. 미다스는 이후 프리기아 모자로 당나귀의 귀를 가려 수치심을 보이려 하지 않았으나, 이발사에게만은 비밀을 감출 수 없었다. 미다스의 머리를 깎으며 유난히 긴 귀를 본 이발사는 왕의 누설금지 엄명으로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 견디다 못한 그는 갈대숲 구덩이에 입을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자 속이 후련해져 병이 나았다. 그러나 바람만 불면 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종국에는 백성 모두가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보고도 못 본 척을 해야 되는 이발사의 고충은 제왕적 군주 체제에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왕으로서만이 아닌 인간으로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유난히 큰 왕의 귀를 굳이 떠들어내는 이발사의 처신도 옳지는 않아 보인다. 이럴 때 귀는 들어 도 못들은 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라 제48대 임금인 경문 대왕은 귀가 나귀의 귀처럼 길었다 한다. 왕은 그리스 미다스 왕의 프리기아 모자처럼 왕관 속에 귀를 숨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만은 예외였다. 평생 경문 대왕의 비밀을 지키던 복두장은 죽음이 임박하자 미사스의 이발사가 그러했듯이 대나무 숲에 가서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곤 했는데 경문 대왕은 그 소리가 싫어서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이즈음 되면 그리스신화가 먼저인지 삼국유사가 먼저인지 가늠하기 난해하다. 너무도 유사한 이야기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타인의 신체의 비밀을 굳이 발설하지 못해 안달 난 이들은 존재했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  

두 설화에서 기다란 왕의 ‘귀’는 왕의 ‘치부’를 뜻한다. 그러나 미관상 흉할지 몰라도 귀가 크다는 것은 왕의 허물이 될 수는 없다. 귀가 크다는 것은 작고 낮은 소리도 소중하게 들으라는 뜻 아니겠는가. 그리스와 신라에서의 귀가 큰 왕의 설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어쩌면 귀이다. 귀가 클수록 마음의 소리를 그만큼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큰 귀는 경청하기에 더없이 좋지 않은가. 

의사로서 경청은 환자와의 관계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 자세이다. 환자의 자기표현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은 환자의 정서적인 해방이 촉진되며 질환의 경과를 이해하기에 더없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때 의사의 귀는 당나귀 귀이여도 좋다. 길고 크다면   아픈 이의 속내를 더 잘 경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태환 원장 약력

▪ 강남 프레쉬이비인후과 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前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 레이저 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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