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오지, 밀림의 성자였던 의사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인류애 실천의 공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전쟁 직후 부산에서 천막 병원을 세워 하루 200여 명의 행려병자를 돌보았던 의사 장기려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아시아의 노벨상인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시대와 공간은 달랐지만 두 의사의 인생은 청빈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슈바이처도 의술로 선교를 실천했고 장기려도 평생을 예수의 가르침대로 ‘가장 평범한 삶이 선한 삶이다’라는 산상보훈의 삶을 지고지순하게 살았다. ‘가난하고 헐벗은 불쌍한 환자들의 의사가 되겠다’고 한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켜낸 성인들이다. 의사 장기려는 이상주의적인 애정관을 그린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속 의사 안빈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장기려의 환자였던 작가는 예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려는 참된 의사로 그를 보았던 것이다. 

장기려는 이북이 고향이다. 전란 통에 아내와 다섯 자식들을 둔 채 둘째 아들과 월남했다. 그는 늘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했다. 누군가를 도우면 반드시 누군가 북에 있는 내 가족을 도울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천막 병원을 세워 행려병자를 정성껏 치료한 계기가 된다. 그는 의료시설도 변변치 않은 그늘 막에서 하루에 2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돌보았다. 의료시스템이 정착한 오늘날에도 불가능한 고된 진료였을 것이다. 당시의 기록사진들을 보며 후배 의사로서 한없는 존경이 스며든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더 이상은 무료 진료가 불가능해지자 장기려는 1968년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 조합인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을 설립하였다. 부산 지역, 23개 교회 단체의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영자 의료보험 조합이다.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은 가난한 환자를 구제하고 상생의 정신으로 태동했다. 조합은 부산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영세민 환자의 구호를 실천했고 오늘날, 한국 지역 의료 보험의 산파 역할을 했다. 1989년 해체 이후에는 조합의 운영자들은 정부 주도의 의료 보험 공단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의료 보험 연착륙에 마중물이 되기도 했다. 

조합에서 운영한 청십자 병원은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었다. 병원은 국민 건강 보험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1970~1980년대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회 소외계층의 질병을 보듬어 안아 치료했던 공익적 병원이었다. 그 중심에 의사 장기려의 열정과 희생이 있었다.

그는 수술비가 없는 환자를 위해 사비로 수술을 해 주고 그나마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밤에 몰래 환자를 탈출시켰다는 일화도 있다. 가난해서 먹을 게 부족했던 그 시절. 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환자의 말을 듣고 처방전에 ‘이 환자에게 닭 두 마리 값을 내주세요’, ‘약을 먹으면 병에 차도가 있을 것이니 며칠 뒤에 다시 찾아오세요. 돈이 없어도 되니 꼭 오셔야 됩니다’라고 썼다. 휴머니즘이 뚝뚝 묻어나는 처방전이다. 그래서인지 의사 장기려는 한평생 집 한 채 소유하지 못한 채 병원 옥상 사택에서 살았다. 그는 1995년 12월 추운 겨울날 새벽 그를 믿고 의지했던 환자 걱정에 차마 눈을 감지도 못하고 봉사하는 의사로서의 고된 삶을 마감했다.

한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의술을 펼친 의사 장기려. 그의 삶은 오늘을 사는 후배 의사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의사는 많은 돈을 벌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고된 의사의 길을 걷기 위해 많은 청년들이 밤을 새워 공부하고 청춘을 바친다. 그러나 의사는 직업으로서의 사명감과 공동체에 대한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소외되고 가난한 환자들은 점점 외면 받는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의사 장기려의 나눔과 희생의 의료 정신이 더욱 간절한 시대인 것이다. 의사 장기려와 같은 오롯한 성인의 길을 걷지는 못해도 그 길을 향해 가는 것이 참된 의사의 길이다.

안태환 원장 약력

▪ 강남 프레쉬이비인후과 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前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 레이저 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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