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탄생한 정확한 날짜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다만, 신약성경에 유대의 왕 헤로데스 때의 일이라고 적혀있으니 대략 BC 4년경 정도로 추정된다. 예수 탄생 무렵 지구에는 약 3억명이 살고 있었다. 2020년 오늘, 약 77억 명이 살고 있으며 매 60초마다 156명이 늘어난다. 기하급수적이다. 폭발적 인구의 증가만큼 환난도 크다.

창세기 6장에서 8장까지에는 신이 만들라고 명했던‘노아의 방주’가 기록돼 있다. 홍수에 대한 이야기는 구약성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웅장하며 신비롭다.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인간이 끝없이 타락하자 신은 인간을 파멸시키고 새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 당시 인구는 가늠하기 어렵다. 신은 인간을 벌하고자 대홍수를 내렸고, 노아를 위시한 8명의 가족들과 정결한 짐승 암수 일곱 마리, 부정한 짐승 암수 한 마리씩, 그리고 새 암수 일곱 마리씩을 싣고 밀어닥친 홍수를 피하였다. 대홍수를 만나 모든 생물이 전멸하고 말았지만 이 방주에 탔던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은 살아남았다.

방주는 이때부터 악이 파멸했을 때 선한 사람들이 살아남는 천국을 상징했다. 누구나 한번 즈음은 보았을 영화, 극악무도한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구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는 토머스 케닐리의 ‘쉰들러의 방주’를 원작으로 각색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원작의 제목이 왜‘노아의 방주’를 차용했는지 절로 수긍이 간다. 방주는 고난에 처한 인간에게 희망이었고 생명이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독일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설‘노아’는 전 인류가 고민해야 할 사회 문제의 화두를 던진 소설이다. 무조건적인 성장 우선주의에 매몰되어 최대한의 자원 파괴도 마다하지 않는 국가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을 담은 역작이다. 특히‘노아’속 이야기들은 '코로나 19'로 고통받는 현재의 인류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소설‘노아’에서는 마닐라 독감이라는 전염병의 공포에 휩싸여 있는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하지만 걷잡을 수없이 퍼져 나가는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묘연하다. 환경 파괴, 기아, 기후 변화, 빈부 격차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를 공감 있는 문장으로 피체크는 인도한다. 지구를 과부하 상태가 되도록 소모하던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렇다. 소설 속 가공된 이야기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버젓이 재현되어도 우리는 애써 외면할 뿐이다. 무감각할 뿐이다. 그 결과는 혹독하다.

피체크는 정신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속 불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폭로하고 인류가 처한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그려 낸다. 그리고 우리를 끝내 무디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증가하는 인구, 환경의 파괴, 기후 변화, 기아, 물 부족, 빈부 격차 등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난제들을 담담한 문장으로 응시한다. 

소설‘노아’의 한 구절 “우리는 실재하는 사실들을 알고 있어.  어떤 천치라도 구글로 검색할 수 있지만 우린 못 본 척 지나쳐버리지. 비참함에 대항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아. 대체 왜? 우리가 원치 않기 때문이야. 왜냐하면 우리는 이득을 보니까”성장 우선주의의 전형적인 이기적 담론이다. 그 안에는 인류의 존엄과 가치는 없다.

창세기의 홍수처럼 몹쓸 전염병이 창궐했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코로나 백신만으로는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자연환경에 대한 소중함, 상실되어가는 휴머니즘의 복원, 공동체의 연대만이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건 틀림없다. 예수 탄생 이후 인구는 태산처럼 늘어났으나 타락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징벌을 당할 이유는 없다. 신은 살아남은 노아에게 다시는 대홍수 같은 징벌을 내리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다. 성경에 그 징표는 무지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린 아직도 그 무지개만을 의지하고 있다. 

지구촌에 밀어 닥친 갖가지 시련은 인간 스스로 만든 처연한 결과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노아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생활 속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는 배려 있는 시민들이 바로 노아이다. 그런 노아들이 끝내 방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 놓칠 수 없는 가치인 사람에 대한 희망이 방주의 재료일 것이다.

같은 마음이기에 피체크도 동의할 소설‘노아’의 구절에 대한 호기 있는 반박. ‘비참함에 대항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이득을 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안태환 원장 약력

▪ 강남 프레쉬이비인후과 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前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 레이저 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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