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전염병 코로나19를 겪으며 언택트 트랜드를 따라가다 보니 심심치 않게 영화 다시 보기를 실천하는 일상이 늘고 있다. 한치 앞을 못 보는 인간의 한계와 달리 영화는 인류의 오늘을 예측한다.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컨테이젼’과‘아웃브레이크’가 그렇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킹덤’도 그 옛날, 조선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염병의 환난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에 있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과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아웃브레이크’는 각 1995년과 2011년에 개봉한 오래된 영화이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의 ‘컨테이젼’속 대사는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우리에게 의미심장하다. 

‘컨테이젼’과‘아웃브레이크’는 둘 다 바이러스 숙주를 아시아에서 가져왔다는 배경을 하고 있다. ‘컨테이젼’에서는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기네스 팰트로)가 발작을 일으키며 전염병이 시작된다.‘아웃브레이크’는‘모타바(에볼라 모델) 바이러스’에 감염돼 숙주가 된 야생 원숭이가 밀렵돼 한국 국적의 화물선‘태극호’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뜬금없는 설정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다. 놀라운 점은 두 영화 속 전염병을 대하는 미 정부의 대응 태도는 오늘날에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영화 속 설정은 한국인에 대한 넓게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서늘하게 드러낸다. 코로나19 창궐을 동양인의 탓으로 돌리는 서양인 중심의 오리엔탈리즘과 중첩된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선언 이후 코로나19는 중국 우한 지역 시장에서 식용으로 거래되던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됐고 중국인들의 불편한 식생활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객관적 사실로 아직 증명된 것은 아니다. 합리적 추론으로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병했다는 이유로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모두 바이러스와 연관시키며 혐오 감정을 드러내는 서양인들의 언행은 영화 속 이야기도 그러하지만 결코 온당한 이성이 아니다.

백신은 결국 만들어질 것이다.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밝혀진 지 몇 달 만에 성공적인 임상시험 소식도 전해진다. 120종이 넘는 백신이 연구되고 있으며 10종은 임상 단계에 이미 들어섰다.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백신이 나올 거라는 기대가 차오른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나누어질 것이다. 예전의 일상으로 인류가 되돌아간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 경험을 비춰보아도 그러하다. 창궐한 감염병은 전염된 사회 전체를 해체하고 재편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질병이 단순히 병원체를 둘러싼 의과학적 문제뿐이 아니라 인류의 연대를 해치고 인체뿐 아니라 인류의 영혼마저 분열로 치닫게 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방법은 오직 각 국가 간의 배려와 협업뿐이다.

서양인의 동양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은 인류의 면역은 물론 방역에도 도움이 되질 못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편견은 인종 간 차이를 무시하고 특정 국가와 인종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바탕으로 확증편향을 불러일으킨다. 일부 서양인의 아시아인에 대한 잘못된 혐오를 스스로 합리화하고 차별을 정당화한다. 사실 따져보면 전염병이 아시아에만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스페인 독감과 에볼라는 대륙이 각각 달랐다. 

칠레 대통령을 두 번이나 지낸 의사 출신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대표는 최근 열린 인권이사회에서‘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촉발된 인종 차별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중국과 동아시아 민족에 대한 충격적인 편견의 물결을 촉발했으며 차별과 싸워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지극히 온당한 말씀이다. 바이러스에는 국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태환 원장 약력

▪ 강남 프레쉬이비인후과 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前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 레이저 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