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9년은 글로벌 무역분쟁의 주요 사건들이 일어난 해다.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안상의 이유로 미국과 동맹국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 자국 내 구글과 퀄컴 등 주요 기업들에게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도록 했다. 

이어 7월에는 일본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했다. 이어 8월에는 전략물자 수출 시 우대해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이 때문에 한국 수출의 핵심품목이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큰 타격이 우려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1년 연장했다. 그리고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철회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 정부는 WTO 재소 절차를 재개했다. 경쟁국가 기업을 향해 선제공격을 감행한 국가들은 무역분쟁에서 승기를 잡았을까? 결과적으로 국가 간 무역분쟁 때문에 양국의 기업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中 반도체 발전 계기 마련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수출 통제: 미국의 다른 국가에 대한 안보 위협'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수출 길을 차단하고 있지만 값비싼 경제 비용을 지불하고 무역·외교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드 브라운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 “미 행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 기업과 중국 바이어 간의 단절이란 비용을 초래했다. 화웨이가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른 OS를 선택하면 구글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ZTE가 미국 기술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시장에 알려지면서 퀄컴의 주가가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압박이 중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에게 기술과 부품을 납품하던 미국 회사들 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제재로 공급망을 위협받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기술과 부품을 공급받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만약 화웨이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미국 기술의 사용을 중지할 경우 화웨이에 운영체제(OS)를 공급하던 구글이나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주요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화웨이는 구글과 거래가 중단된 후 자체 OS인 ‘하모니’를 개발해 자사의 디바이스에 적용하고 있다. 또 주요 반도체 공급처인 대만 TSMC와 거래가 어려워진 화웨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미디어텍 등 다른 공급처를 물색 중이며 중국 내에서도 반도체를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실행되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지금의 14%에서 25%~40% 수준까지 높아져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5%p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미국의 무역 제재가 미국 반도체 리더십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BCG는 미국이 수출 제한 기업 명단을 유지한다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3~5년내 8%p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16%의 매출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중국이 기술 독립에 성공하면 3~5년내 미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및 매출 낙폭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최대 4만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韓 반도체·디스플레이 공격한 일본, 자국 기업 실적 하락 ‘악재’

한국에 수출규제를 강행한 일본 내 소재·부품 기업들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소재 기업들이 한국 수출 규제 여파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한국 기업들이 대체 가능한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탈일본으로 일본 소재·부품업체들의 타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일본 소재기업인 스텔라케미파는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영업이익이 24억700만엔(약 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 떨어졌으며 당기순이익도 18% 하락했다. 이 기업은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했다. 

EUV 포토레지스트 제조업체인 JSR은 2018년 영업이익이 45억2610만엔에서 지난해 32억8840만엔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제조업체인 스미토모화학도 2018년 1830억엔에서 지난해 1375억엔으로 줄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소재를 국산화하거나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는 등 ‘탈일본’에 사실상 성공한 모양새다. 솔브레인이나 램테크놀로지,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이 일본 제품을 대체할 액체 불화수소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개발에 성공했고 에칭가스나 포토레지스트 등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다. 

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지난해 실적 침체를 기록했지만 일본 수출규제보다는 메모리반도체와 LCD 가격 하락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규제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한 소재도 일부 있고 일본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수출 다변화를 꾀하면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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