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및 동법 시행규칙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는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한다고 원칙을 정하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몇 가지 예외를 정해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 사유 중 하나로 ‘응급입원’ 제도가 있다.

응급입원 제도는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크다면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만으로 72시간 범위 내에서 강제 입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인데 심각한 주취자의 경우에도 이 조항을 활용해 입원이 가능하다.

최근 당 법무법인에서 수행한 재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았기에 소개하고자 한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가단11673 판결).

위 사건에서 저녁부터 막걸리를 마시고 술에 취해 식당에서 손님에게 폭행을 가하며 행패를 부리던 주취자가 체포 과정에서 구토 증상 등을 보이자 구급차를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병원의 의사는 이 사람을 ‘급성주정중독’으로 진단했다. 이에 경찰관을 대동해 환자를 정신과 병원으로 보냈고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정신보건법에 의거해 응급입원을 결정했다. 이후 난동을 피우는 이 환자에 대해 잠시 강박조치를 했다가 다음 날 격리조치를 해제하고 퇴원을 시켰다.

위와 같은 일을 겪은 후 위 주취자는 자신이 응급 입원할 이유가 없었고 법률이 정하는 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 격리된 것이 억울하다며 병원을 상대로 거액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 판결에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단독재판부는 “사람을 폭행하는 등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환자를 급성주정중독으로 진단했다면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얻어 강제 입원시키는 것이 전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고, 급성주정중독을 치료의 대상이 되는 알코올 중독의 정신질환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비협조적,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는 환자를 강박한 것도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술에 취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소위 ‘주폭’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경찰과 의사의 판단 하에 환자를 강제로 격리해 응급입원 시키고 강박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주취 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커져가는 가운데 통제하기 어려운 자들을 억제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으로 활용하면 경찰행정에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응급인원을 시킨 때에는 보호의무자 또는 보호를 하고 있는 자에 대해 지체 없이 입원사유, 기간 및 장소 등을 통지해야 한다는 점이다(정신보건법 제26조 제6항).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면 환자 측으로부터 소정의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사례에서도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한 주된 청구는 모두 기각됐지만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여져 30만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배상액이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응급입원 보호자에 대한 통지’는 정신질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므로(대법원 2017. 9. 21.선고 2014도16236 판결 참조),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자.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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