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분교 사진가’로 알려진 강재훈 작가 사진전 ‘들꽃 피는 학교, 분교’가 9일부터 7월 5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개최된다.

류가헌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초대전이기도 한 이번 사진전에서는 강 작가가 1991년부터 올해까지 30년간 찍어온 분교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분교는 산간벽지나 깡촌에 10여명이 채 안되는 아이들이 공부를 하던 자그마한 학교다.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시골 사는 아이들이 줄어들자 정부는 1982년부터 전국 작은 학교를 통폐합해왔다. 이로 인해 어느덧 폐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곳이 전국 6000곳에 이른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라면 2019년 정부가 미래에 귀농하는 이들의 자녀를 위해 ‘폐교’ 대신 ‘휴교’를 채택하기로 정책을 바꿨다. 여기에는 강재훈 작가가 올해 4월까지 한겨레신문 사진 선임기자로 일하며 사진 작업뿐 아니라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도 함께 전개한 것이 한몫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 내가 실제로 다녔던 국민 학교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현대식 건물로 뒤바뀌어 사라진 옛 모교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도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그 시절 내가 있기도 하다. [사진=강재훈]

▶이하는 이번 사진전에 대한 작가의 말 전문이다.

들꽃 피는 학교 분교 30년

부족함이 많은 것을 알지만 지난 30년간 이어온 분교 사진 작업을 정리하며 생각해본다.

내 어릴 적 추억을 앞세워 시작한 분교 사진 작업. 학생 1명의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에 달려갔고, 혼자 입학하는 어린이를 만나러 천릿길도 마다하지 않고 산골도서 벽지의 분교들을 찾아다녔다. 그 소박하고 정겨운 교실 모습을 기록하고 해 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마음의 그림으로 그리는 사진 작업을 한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며 사진 전시와 책과 언론기사를 통해 꾸준히 작은 학교 살리기에 관여하고 있었다. 또한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일부를 개정해내는 데 힘을 보태는 사회적 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직접 사회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진가 강재훈의 작업이 자연스럽게 작은 학교 살리기에 관여했던 것 같다. 알량하지만 국가정책이 바뀌게 하는 성과를 낸 것은 참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다. 1982년에 시작된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2019년 가을에 내려놓기까지 지난 37년간 정부는 전국에서 6000여 학교를 폐교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폐교가 아닌 휴교 정책. 이제 귀농 귀촌을 하면 아이들 다닐 학교가 고향 마을에서 기다려주기로 했다니 이 얼마나 큰 변화이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지난 40여년 사진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사진기를 통해 속내를 그려내는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피사체가 자연이든 사람이든 겉태로만(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렇게 다가가고 그렇게 바라보는 노력을 할 때 비로소 그 피사체의 겉모습에 매몰되지 않고 피사체를 대상으로 깊이 있는 사색이 가능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지만 절제된 의식의 흐름과 정신적인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표현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말 같아서 참 좋다.

찬 우물에 눈 쌓이듯 공부하라는 말도 잊지 못한다. 아직도 빙점은 낮추지 못한 채 내리자마자 녹아 스러지는 눈이 곧 나의 실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내일도 사진에 대한 꿈을 고민하며 살 것이다. 찬 우물에 쌓이기 시작하는 눈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 부족함을 내가 안다. 그냥 영원한 꿈으로 사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려 한다. 누구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 언젠가 될지 모르는 그 날, 골인 지점을 통과한 뒤 숨을 헐떡거리며 돌아볼 때 등위에 상관없이 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다면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꽃이 지는 모습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필 때의 모습보다 질 때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피었다가 어떤 모습으로 지는 꽃이 될까?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날 보슬비라도 가늘게 내려준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일까. 꽃 진 동백숲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내게는 과한 욕심이고 언감생심이다. 눈에 띄지 않게 피었다가 소소하게 지는 숲속 작은 쇠벌꽃이나 되면 다행이라고 소망할 뿐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이 폐기되고 작은 분교들이 폐교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워낼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나와 분교에서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제각각의 이름에 어울리는 꽃과 나무로 성장해 있기를 소망한다.

2020년 6월 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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