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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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디지털 손해보험사 창립을 야심차게 천명했지만 막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그룹의 14번째 계열사로 인수한 더케이손해보험 상호를 하나손해보험으로 변경하고, 종로5가에 위치한 옛 더케이손보 사옥에서 오는 1일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의 한계에 봉착한 손보업계에선 '디지털'이 단연 화두다. 지난해 '디지털 전환 원년'을 선포한 하나금융도 하나손보를 디지털 종합 손보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혁신적 디지털 손보 모델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많은 고객들이 손쉽게 보험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나금융이 구체적으로 노리는 분야는 자동차 디지털 보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할부금융으로 꾸준히 관련업 노하우를 쌓아온 권태균 전 하나캐피탈 부사장을 하나손보를 이끌 새수장으로 내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의 강점은 디지털 역량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일찌감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거듭날 것을 목표로 모바일 플랫폼 '원큐뱅크'를 활용해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늘리고 있다. 더케이손보도 자동차금융을 통해 고객기반을 확보해온 회사다. 일반보험, 장기보험을 포함한 종합손해보험사 라이선스를 지니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새식구로 탄생한 하나손보도 여기에 편입시켜 디지털 보험사로 소개하겠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방침이다. 그러나 서비스에 편입하더라도 디지털 손보사로 인식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정의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상품·서비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을 디지털 보험사라고 일컫는다.

국내 생보업계에선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지난 2013년 일찌감치 인터넷 서비스를 해오고 있으며, 손보업계에선 캐롯손해보험이 100% 디지털보험사로 알려져 있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한화손해보험, SKT,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준비 기간은 1년 가량 걸렸으며,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상품을 설계사 없이 인터넷으로만 파는 조건으로 설립 본인가를 받았다.

캐롯손보는 조직도 보험산업과 기술분야에 대한 경영전문성을 극대화 하는 70명의 정예 인원으로 꾸렸다. 동시에 8~30% 더 싼 가격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매달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후불로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11번가와 협업한 반품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하나손보의 '디지털 전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단순히 인터넷으로 상품이 팔린다고 디지털보험사라 말하긴 어렵다"며 "기존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도 많은 부분 인터넷 전용으로 팔리지 않는냐"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하나손보의 모체인 더케이손보의 덩치는 캐롯손보의 10배를 넘는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임직원 729명에 전속설계사는 261명에 달한다. 동시에 더케이손보 기존 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을 모두 떠안고 가야 한다. 더케이손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지난해 말 4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구조조정도 더케이손보 노조측과의 '합의' 조건으로 가능한 고용협약을 체결해 난항이 예상된다. 더케이측 한 직원은 "앞으로 한달 동안은 새로운 식구들과 인사를 하는 시간으로 아직 조직변경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한 임원은 "모두가 디지털 전환을 외치지만 아직 상품·서비스 영역에까지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개척자의 입장에 서서 점진적인 디지털화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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