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연홍도 골목 미술작품. [사진=한국관광공사]
고흥 연홍도 골목 미술작품.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학교가 변했다. 아이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폐교가 된 학교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자를 맞이한다. 오랜 시간의 흔적 위로 또 다른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폐교는 미술관, 박물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기도 하고, 아련한 기억을 소환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학교로 여행을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는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폐교의 재탄생&추억의 학교 여행’을 테마 삼아 6곳을 소개한다. △에메랄드빛 운동장에서 투명 카누 정원 유람, 삼척미로정원(강원 삼척) △폐교에서 놀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 홍천아트캠프(강원 홍천) △오늘은 내가 ‘언론인’,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강원 영월) △풍금 소리와 함께 학창 시절 추억에 젖다, 덕포진교육박물관(경기 김포) △동네 주민과 방문객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 고창 책마을해리(전북 고창) △외딴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 고흥 연홍미술관(전남 고흥) 등이다.

해당 지역을 방문하기 전 관광지 개방여부, 개방시간, 관람방법 등 세부정보를 미리 확인해보도록 하자. 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 내 안전여행 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른 여행 경로별 안전여행 가이드를, 여행 전 꼭 확인하도록 하자.

삼척 미로정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삼척 미로정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삼척미로정원, 에메랄드빛 운동장에서 투명 카누 정원 유람

삼척미로정원은 옛 미로초등학교 두타분교를 개조해 마을 공동체 정원으로 꾸몄다. 얼핏 보면 초등학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화사하다. 삼척 시내에서 약 13~14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산골 여행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이름도 재미나다. 처음 들으면 산속의 미로(迷路)를 떠올리기 쉽지만, ‘늙지 않는다’는 미로(未老)다. 꽃과 나무 사이로 난 소담한 산책로를 거닐 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 미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삼척 미로정원 산책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삼척 미로정원 산책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운동장 한가운데 연못 같은 풀장에서는 투명 카누를 탈 수 있다. 카누에 오르면 주변 산세가 한층 그윽해 마치 신선놀음인 듯하다. 인근 천은사는 나라 제사에 쓰는 두부를 만들던 조포사(造泡寺)다. 이런 역사를 생각하면 삼척미로정원 두부 만들기 체험이 더 특별하다.

도계유리나라와 하이원추추파크 또한 삼척 내륙 여행 명소다. 도계유리나라는 블로잉 시연과 체험이, 하이원추추파크는 스위치백트레인과 미니트레인 체험이 흥미롭다. 바다 여행을 원할 때는 삼척해상케이블카가 있다. 용화역과 장호역 사이의 바다 위 874m 거리를 가로지른다.

-위치:강원 삼척시 동안로

홍천 아트캠프. [사진=한국관광공사]
홍천 아트캠프. [사진=한국관광공사]

◇홍천아트캠프, 폐교에서 놀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

홍천 화상대리 동화마을에 자리한 홍천아트캠프는 폐교된 내촌초등학교 대봉분교를 2012년 10월 리모델링해 숙박·수련 시설로 꾸몄다. 동창회나 동문회, 기업 워크숍 장소 등으로 인기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이름 덕분에 음악·미술 동호회를 비롯해 예술인이 연주회와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나무판자가 깔린 복도와 내무반처럼 꾸민 숙박 공간에서 40~50대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인다. 운동장 주변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밤나무가 그때 그 시절을 증명하듯 서 있다. 얼마 전 종영한 KBS1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 촬영 무대가 되기도 했다.

페교를 리모델링한 홍천아트캠프. [사진=한국관광공사]
페교를 리모델링한 홍천아트캠프. [사진=한국관광공사]

홍천아트캠프 건너 마을 앞을 흐르는 내촌천은 여름철엔 다슬기와 메기, 장어, 쏘가리가 많이 잡혀 천렵과 낚시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홍천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수타사산소길이다. 수타사와 공작산생태숲, 귕소(출렁다리), 용담을 거치는 코스로 싱그러운 초여름 숲을 만끽할 수 있다. 얇게 부친 메밀 반죽에 김치나 무청 시래기, 제철 나물로 만든 소를 올려 둥글게 만 홍총떡과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구워 먹는 화로구이는 홍천을 대표하는 맛이다.

-위치:강원 홍천군 내촌면 아홉사리로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오늘은 내가 ‘언론인’

박물관이 무려 28개나 되는 ‘박물관 고을’ 영월에서도 눈에 띄는 박물관이 있다. 강원도 한반도면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이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기자가 돼보는 체험 공간이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1일 기자 체험’은 아담한 야외 전시장에서 시작된다. 현장 기자들 보도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에 때마침 ‘6월 민주항쟁 사진전’이 한창이다.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아! 나의 조국’은 영월미디어박물관 고명진 관장이 한국일보 사진기자 시절에 찍은 사진이다. 이 작품은 AP가 선정한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들면서 유명해졌고,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전시실에서는 현장 기자들의 손때 묻은 전시물을 보고, 헬리캠과 드론 등 최신 장비를 활용해 기자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이 자리 잡은 한반도면은 영월 한반도 지형(명승 75호)으로 유명하다. 길쭉하게 튀어나온 숲과 모래톱을 남한강 지류 평창강이 휘감아 도는 모양이 영락없이 한반도 지도다. 영월 청령포(명승 50호)는 조선 시대 유배지다. 단종이 최후를 맞이한 관풍헌과 뒤늦게 조성된 영월 장릉(사적 196호)까지 둘러보면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으로도 손색이 없다.

-위치: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서강로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덕포진교육박물관, 풍금 소리와 함께 학창 시절 추억에 젖다

1996년 김포에 문을 연 덕포진교육박물관은 어릴 적이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7,000여 점이나 되는 전시품이 옛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물건들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또 김동선·이인숙 관장이 진행하는 수업은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인숙 관장의 풍금 연주에 맞춰 부르는 동요, 김동선 관장의 1950~1960년대 학창 시절 이야기는 남녀노소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설립한 두 관장의 일화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이자,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담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박물관과 이웃한 김포 덕포진(사적 292호)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격전이 벌어진 조선 시대 진영으로, 덕포진을 거쳐 손돌 묘까지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조선 인조 아버지 원종과 어머니 인헌왕후가 잠든 김포 장릉(사적 202호), 구 김포성당(국가등록문화재 542호)과 솔숲이 아름다운 김포성당,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김포아트빌리지도 김포로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봐야 할 곳이다.

-위치:경기 김포시 대곶면 덕포진로103번길

[사진=한국관광공사]
고창 책마을해리. [사진=한국관광공사]

◇고창 책마을해리,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

책마을해리는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처럼 이곳에 가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 권에 달한다. 책 읽기에서 더 나아가 읽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마을해리에서 출간한 책을 구경하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 ‘책방해리’, 금방이라도 톰 소여가 뛰어 내려올 것 같은 느티나무 위 ‘동학평화도서관’,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리는 ‘바람언덕’, 책 한 권을 다 읽기 전엔 못 나오는 ‘책감옥’, 마음껏 뒹굴며 책 세계로 빠져드는 ‘버들눈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책 중심의 대안학교도 조만간 문을 열 계획이다.

숲시간의숲. [사진=한국관광공사]
책숲시간의숲. [사진=한국관광공사]

인근 상하농원은 유럽 농가를 연상시키는 목가적인 풍경이 일품이다. 소와 양이 뛰노는 목장을 구경하고, 헛간을 모티프로 한 숙박 시설과 농장에서 생산한 재료로 근사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도 이용할 수 있다. 선운산 북쪽 기슭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한 고창 선운사도 빼놓지 말자. 고창읍성(사적 145호) 성곽 위로 한 바퀴 돌며 탁 트인 들판과 읍내 풍경을 즐겨도 좋다.

-위치: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고흥 연홍도 마을 골목길. [사진=한국관광공사]
고흥 연홍도 마을 골목길. [사진=한국관광공사]

◇고흥 연홍미술관, 외딴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

고흥 연홍도는 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이다.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 있고, 담장을 캔버스 삼은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여행객을 반긴다. 울긋불긋한 마을 지붕은 푸른 다도해와 맞닿는다. 외딴섬에 예술의 싹을 틔운 연홍미술관은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를 꾸며 2006년 문을 열었다. 교실 두 칸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아담한 갤러리카페가 들어섰다. 운동장 터는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웠다. 전시물은 미술관에 머물지 않고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섬을 수놓는다.

고흥 연홍미술관. [사진=한국관광공사]
고흥 연홍미술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연홍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고, 2017년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예술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이 담긴 사진, 조개껍데기와 부표 등으로 만든 작품을 만난다. 미술관 앞으로 마주 보이는 금당도의 병풍바위 또한 그림 같다. 거금도 신양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7회 운항한다.

연홍도둘레길에서는 곰솔 숲, 좀바끝 등 섬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거금도 남단 해안도로는 익금해수욕장, 오천몽돌해변 등 다도해가 펼쳐진 금산 해안경관이 탐스럽다. 팔영대교에서 이어지는 여수-고흥간 연륙연도교는 바다 조망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위치:전남 고흥군 금산면 연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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