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과 불과 2m가량 떨어져 있는 하림홀딩스 사옥 신축공사 현장. [사진=전북 익산교육지원청]
주택과 불과 2m가량 떨어져 있는 지방의 한 공사 현장. [사진=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주거지 인근 건설현장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으로 주민들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신문고와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불만 호소 건수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 소음 규제와 공사 현장 단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설공사 소음 불만 목소리↑…정부‧지자체 차원 개선 노력 추호도 없어

취침 시간 주거지 근방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으로 수면에 방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했다.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5일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전 12시 30분경부터 주거지 근방에서 소음이 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덤프트럭에서 적재물을 내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굴삭기를 동작시키는 소리 같았으나 주변 공사장 현장에서 들린 소리였다”고 밝혔다.

이어 “새벽 2~3시경까지 계속 들리는 소음에 그날 수면에 들지 못하고 날밤을 샜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결국 관할지자체인 서초구청과 국민신문고에 해당 사건을 민원 제기했다.

김씨가 들었던 소음은 인근 서초동 1338-5번지에서 진행된 업무시설 신축공사에서 들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공사 시공사인 ㈜삼호가 새벽 공사를 강행하며 야기된 일이었다. 삼호는 아파트 건설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대림그룹 계열의 건설업체다.

김씨는 “정부 당국과 지자체가 이같은 주거지 공사 소음 실태를 수수방관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민원 창구와 전국구 지자체 민원실에는 주거지 인근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을 문제 제기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본지 조사 결과 공공 민원 창구인 ‘국민신문고’에는 건설공사 소음 문제를 제기한 민원이 5월 한 달 새만 무려 102건이 올라왔다.

주거지 인근 공사 소음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회 차원에서 문제 제기와 시정 요구가 있었으나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개선의 움직임은 추호도 없는 것이다.

2년 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었던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사 소음 문제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김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3년간 소음 관련 특정 공사 사전신고 증명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대형공사(1만㎡ 이상) 총 582건 중 오전 8시 이전에 시작하는 공사가 모두 257건으로 전체의 44.1%를 차지했다.

자정 시작인 공사가 6건, 오전 3시 2건, 오전 5시 8건, 오전 6시 9건, 오전 8시 318건으로 각각 나타났다.

아파트·오피스텔 건축, 재개발·재건축 등 주거시절 공사현장 역시 대부분 출근 시간 이전에 시작했다. 오전 9시 이후에 공사를 시작한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자정부터 오전 7시에 공사를 시작한 경우가 13건이었고, 오전 7시 시작 137건, 오전 8시 시작이 154건이었다.

소음 단속 기준 유명무실…“건설업계의 관행 개선 위한 제도 정비 필요”

‘소음 단속 규정기준’이 허술하다 보니 건설사들이 허점을 악용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현재 주거지역, 학교, 병원, 공공도서관의 소음 기준은 주간 65데시벨(㏈) 이하, 야간 60데시벨 이하다. 그 외 지역은 주간 70데시벨 이하, 야간 65데시벨 이하다. 2014년 소음 기준에서 5데시벨 강화된 것으로 10분간 평균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음 측정 방식이 ‘최대치’가 아닌 평균치‘를 적용하다보니, 순간 소음이 기준 소음을 초과하더라도 10분간 평균 소음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규제하기가 어려운 실상이다.

또한 야간 소음 위반 기준치 65데시벨이 소음이 발생하는 공사 현장이 아닌 소음이 들리는 주택가에서 창문을 열고 측정한 기준이라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다.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A씨는 “65데시벨은 예민한 사람이 아니어도 수면에 지장을 주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며 “특히 건강한 성인에 비해 예민한 임산부, 신생아, 노인 등은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소음 신고를 해도 행정 처분이 ’솜방망이‘에 불과한 점도 실태 개선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로 지목됐다.

김영호 의원실이 조사한 ’공사장 지도점검 실적에 따른 조치사항‘에 의하면 2016년 3745건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겨우 6건만이 공사 중지가 내려졌다. 2017년 역시 단속된 3494건 중 5건만 공사 중지 처분됐다. 2018년 역시 단속된 3564건 중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현장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충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소음 전달은 일반적으로 주변부보다는 상부로 훨씬 전달이 잘 이뤄지는데 요즈음 저층 단독주택이나 빌라보다는 고층 공동주택 건설공사 비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공사를 새벽에 시작하는 건설업계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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