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 ‘화기애애’ 속 미묘한 기싸움

[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566일 만에 청와대에서 머리를 맞댄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회동은 지난 2018년 1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 이후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사령탑은 21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는 30일에 앞서 협치의 바로미터를 가늠해볼 기회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오 청와대 상춘재에서 밝은 표정으로 조후했다.

상춘재는 청와대 경내에 최초로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주로 외빈 접견 장소로 이용된다.

문 대통령은 공식 회담이나 회의 성격이 강한 본관 대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상춘재를 오찬장으로 택해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회동의 성격을 반영하듯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는 노타이 차림으로 만났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과 함께, 21대 국회에서 지속적인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여민관에서의 집무를 마치고 상춘재로 도보로 이동, 기다리고 있던 두 원내대표를 환대했다.

이달 초 21대 국회를 이끌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두 원내대표와의 첫 조우다.

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먼저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주 원내대표가 “날씨가 좋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예. 반짝반짝”이라고 화답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 자리에서의 신경전도 눈길을 끌었다.

김 원내대표가 “날씨처럼 대화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다 가져간다’ 얘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웃음기 속에 민주당의 ‘상임위 장악’ 의도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이에 문 대통령이 “빨리 들어가는 게 덜 부담스러우시겠죠”라고 정리하면서 기념촬영 직후 상춘재로 이동해 회동을 이어갔다.

이날 회동은 오찬을 겸해 2시간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한편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공개 모두 발언을 생략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분위기를 이어갔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민주당과 통합당 양쪽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