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한국경제가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암초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국제·국내 경제 기관과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코로나19의 늪에 빠져 있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1%로 전망됐다.

이는 BE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내놨던 종전 전망치(2.3%)와 비교하면 2.4%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0.2%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우리 경제가 0.2% 성장한다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보다 심한 침체를 겪는 것이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1.2%)이나 골드만삭스(-0.7%), 금융연구원(-0.5%)보다는 높지만, 현대경제연구원(0.3%)보다는 낮다.

같은날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 경로 전망' 현안분석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내년에나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올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치료제나 백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상황이면 올해 성장률이 1.1%까지 올라가는 'V자형'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원활히 추진되지 않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거나 가을·겨울에 코로나19 유사 변종이 나타나면 성장률이 -1.6%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파산과 가계파산, 실업 등이 발생하면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에도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금융정책, 유동성 공급,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출액은 올해 15.9% 감소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작년(-10.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4.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수출물량 축소에도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작년(600억 달러 흑자)과 유사한 59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증가로 흑자폭이 409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접촉 기피로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상반기 4% 급감하는 등 올해 2% 감소했다가, 내년에는 5.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의 국내확산이 둔화하면서 국내소비는 빠르게 회복하겠지만, 당분간 국가 간 이동제한이 지속하면서 국외소비는 내년까지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과 기저효과에도 코로나19의 충격이 반영되면서 0.9%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증가폭이 7.9%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건설투자도 토목 부문이 사회기반시설(SOC)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1.4%, 내년에는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 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와 같은 0.4%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분기에 가구당 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3월 전국 2인이상 가구의 가계지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해 전국 단위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특히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0%), 음식·숙박(-11.2%) 등에 대한 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교육 지출은 학원비 감소, 고교무상교육 시행, 대학 등록금 동결 등이 영향을 미쳤고, 오락·문화 지출은 국내외 단체여행과 공연·극장 등 이용 감소로 줄었다.

반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전년보다 10.5% 증가했고, 마스크 구입 등으로 보건 지출도 9.9% 늘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전년 4분기에 비해 다음연도 1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지출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전년 4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해 이전 시계열과 달리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소비지출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가계 소득에도 전반적으로 타격을 줬다.

올해 1분기 가구당 명목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516만8000원 대비 3.7%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소득층의 사업소득이 많이 줄었다. 4분위(상위 20~40%)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2.3% 급감했고, 5분위(상위 0~20%) 사업소득도 1.3% 줄었다.

2분기에는 코로나19가 가계 소득에 더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강 청장은 "고용동향에서 임시·일용직 감소폭이 크게 나타난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근로소득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3월에 사업소득이 다소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1분기 사업소득 증가 추이가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매우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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