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요금인가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통신요금인가제가 1991년 시행 이후 30년만에 신고제로 전환된다. 통신업계에서는 기업 간 경쟁이 활기를 얻으면서 통신요금이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는 통신 공공성 저해를 우려하고 있다.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신요금인가제 폐지와 'n번방 방지법‘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포 후 6개월 이내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1월 말부터 통신요금이 유보신고제로 전환된다. ‘유보신고제’는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될 경우 15일 이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신업계와 시민단체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두고 갈등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요금인가제가 시장 경쟁구도를 고착시킨 빌미가 됐고 요금 인상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기업들의 요금 인상을 막을 장치가 사라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 50%, KT 30%, LG유플러스 20%의 점유율이 고착돼왔다. 5G 상용화 이후 이 같은 점유율에 다소 변동이 생겼지만 SK텔레콤은 여전히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통신업계에서는 5G 이용자 확대에 따라 점유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전 점유율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에서는 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지원금 경쟁보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요금제로 근본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3사 경쟁체제가 가동되고 특정 업체가 요금제를 비싸게 출시하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사업자들 간 경쟁으로 요금 경쟁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요금인가제가 시장 자유경쟁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서 신고제로 바꾼 것”이라며 “신고 내용을 반려할 수 있는 특별한 신고제로, 인가제 내에서 시장 자유경쟁을 조금 향상하고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요금인가제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졸속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그동안 요금인가제 폐지에 반발하던 시민단체에서는 인가제 폐지가 통과되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그동안 ‘통신요금 인가 폐지안 처리 불가’를 고수하며 정부 관계자에 입장을 전달하고 여야 원내대표와 만났다. 

이들 시민단체는 19일 국회에서 집회를 열고 인가제 폐지 반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요금 인가제는 지금 민주사회에서 하나의 견제장치이고 꼭 필요한 장치”라며 “이 장치를 폐지하는 데 있어서 이렇게 졸속으로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유보신고제가 연말부터 시행되는 만큼 시민단체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단통법 폐지, 기본요금 폐지 등으로 통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입법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유보신고제에는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 경쟁을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또 이를 심사하는 기관도 정해져있지 않다”며 “유보신고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것이 통신 공공성을 지킬 수 있도록 21대 국회에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보조금과 프로모션 등 마케팅 경쟁을 격하게 벌인 만큼 담합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번호이동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때문에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보조금과 프로모션 등 번호이동을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로 인해 통신사들은 매분기마다 거액의 마케팅 비용이 책정되면서 영업이익률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요금인가제 폐지로 사실상 통신요금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해져 효율적인 마케팅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획일적인 요금제로 변별력을 잃었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고객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말 보조금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요금인가제가 오히려 통신사들의 요금담합을 유도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박선숙 민생당 의원은 “요금 인가제로 인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정하면 후발사업자들이 이를 기준으로 유사 요금제를 따라 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는 사업자 간 사실상 요금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은권 미래통합당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요금인가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요금담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규제를 개선해 사업자 간 서비스 가격 경쟁이 활발하게 촉발될 수 있도록 해 국민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요금인가제가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내년도 통신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언택트(비대면) 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함과 동시에 새로운 요금제로 무선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점유율 싸움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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