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 1일 오후 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 후 놓아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 1일 오후 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 후 놓아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을 내세워 더 큰 화재를 불러올 수 있는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법안으로 안전사고 논란이 불거져 ‘민식이법’처럼 졸속 처리 오명을 쓸 수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20일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3년간 계류 중이던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장정숙 의원(민생당‧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가 주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발주자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영업정지 대체 과징금 상한액도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행정처분 실효성을 강화한다.

소방업계는 그동안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해선 소방공사 분리 발주가 필하다고 주장해 왔다. 19일 전국대학 소방학과 교수 협의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냈다. 특히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에 포함되지 않는 소방시설공사가 법적으로 분리 발주되지 못한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법안이 '통과' 쪽으로 급물살을 탄 것은 하도급 문제가 불거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에 기인한다. 해당 사건이 시공사가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깎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벌어진 사고라는 관점에서 법안 처리에 힘을 받았다.

반면 건설업계는 이번 법안통과가 하도급 문제와는 관계가 적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5년부터 소방시설공사 하도급적정성 심사제를 운영해 원도급 금액 82% 미만 하도급 계약 금지가 법제화 돼 있다. 또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 등 저가하도급 방지 및 하도급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중층적으로 운영 중이어서 하도급으로 인한 원가 후려치기 우려도 낮다는 것이다.

앞서 2013년 한국소방시설협회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시설 양호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대부분 유지관리상 문제이며, 시공상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 조달청에서 발표한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 결과에 의하면 공공건축물에 한정할 경우 전체 공사비 대비 소방공종 비율은 평균 4.36%이다. 이는 최소 0.72%에서 최대 9.38%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어 건축물 시설을 구축시 하나의 콘트롤 타워에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방증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15일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법이 통과되면 전체공사에서 △안전‧품질 악화 △하자책임 소재 불분명 △신속한 보수 곤란 △효율적인 공사수행 곤란 △건설근로자 및 자재‧장비업자 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개정안 반대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개정안이 적용 되면 상업 건물에 입주한 카페 스프링클러가 고장 날 경우, 소방시설을 담당한 업체와 전체 건물 건축을 담당한 종합건설사간 책임 소재를 다투느라 하자 보수가 미뤄질 수도 있다.

3년간 잠들어있던 소방시설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은,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넘어 20일 오후 행안위 본회의까지 빠르게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스쿨존 안전 강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행안위에서 만장일치 처리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민식이법은 불의의 사고일 경우에도 운전자가 고의 사고만큼 처벌을 받게 되지만 숙고 없는 법안 개정으로 ‘졸속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사고의 경우 검찰수사 결과 대수선공사‧가스배관공사‧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가 위험을 가중시킨 것으로 지목됐다”며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이 숙고 없이 통과돼 또 다른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를 예기하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법안 통과로 건축물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만약 상업용 건물 등에 하자보수나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관리 불가능은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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