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욕 탈출'.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파렴치한 강력범죄가 보도 될 때마다 대중들은 분노하기 마련이다. 여러 형태와 여러 뜻으로 분노를 표현하는데 그 중에는 기존의 감옥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세계에는 다양한 감옥이 있다. 

소득 수준이 열악한 국가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감옥이 있고 반대로 복지가 잘 된 나라에서는 여느 원룸보다 살기 편안 감옥이 있다. 

흔히 감옥이 존재하는 이유는 범죄자에 대한 교화와 함께 사회로부터 격리시킨다는 목적이 있다. 때문에 감옥은 이 목적에 걸맞게 여러 시스템을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SF영화에서도 당연히 많은 감옥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강력범죄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영화 속 감옥에서 과학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감옥이 탄생한 배경을 보면 시대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할 수 있다. 

SF영화에서 등장한 감옥의 형태 중 꽤 보편적인 것이 섬 모양의 감옥이다. 미국의 알카트라즈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작은 섬을 감옥으로 만든 것이다. 사방이 바다로 이뤄져 있어 감옥을 탈출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존 카펜터의 영화 ‘뉴욕 탈출’은 가까운 미래 뉴욕 맨해튼을 통째로 교도소로 만들어 범죄자들을 수용한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맨해튼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뉴욕의 자치구로 내륙에 인접한 섬 모양을 띄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 섬에 높은 벽을 둘러서 범죄자들의 탈출을 막는 교도소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B급 장르영화를 선호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고전 명작으로 꼽히며 SF영화팬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영화로 언급되고 있다. B급 영화의 거장 존 카펜터의 필모그라피에서도 이 영화는 중요한 작품이다. 

존 카펜터는 1996년 자신의 영화 ‘뉴욕 탈출’을 리메이크한 ‘L.A. 탈출’을 만든다. 이번에는 지진으로 섬이 돼버린 L.A.를 교도소로 만들어 범죄자들을 수용한다는 내용이다. L.A는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큰 도시이며 서부에서는 제일 큰 도시다. 

영화에서 ‘L.A가 지진으로 섬이 됐다’는 설정은 꽤 과학적이다. L.A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해있으며 최근 몇 년 새 이 지역에서 빈번하게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L.A에서는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형이 변하고 해일이 몰아치면서 육지가 섬으로 변하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도 멀쩡한 육지를 섬으로 만들 수 있지만 해수면이 30m 상승해도 L.A.가 섬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밖에 레이 리오타 주연의 ‘압솔롬 탈출’ 역시 섬에 죄수들을 가둬둔다는 설정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것이 별로 없는 영화다.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영화 ‘포트리스’는 SF 감옥영화 중 꽤 걸작으로 꼽힌다. 미래에 자원고갈로 출산을 제한한 시대에서 이를 어긴 주인공 부부가 죽음의 감옥 포트리스에 갇힌다는 내용이다. 포트리스는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지하감옥으로 24시간 기계들의 감시를 받는다. 또 몸 안에 폭탄을 설치해 지시에 불응할 경우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B급 장르영화에 걸맞는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포트리스’의 감시 시스템은 꽤 주목할 만하다. 모든 감옥은 CCTV로 감시되고 있다. 보안실에서 이를 지켜보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다. 인공지능(AI)이 감시하며 이상을 감지하고 조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실제로 출동보안에 적용되고 있다. CCTV가 단순히 녹화만 하는 것이 아닌 경보장치 역할을 하며 이상을 감지해 도둑을 잡아낸다. 앞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보안시스템이 강화되면 상황실에서 보안요원이 CCTV를 감지하는 것이 아닌 AI가 상황을 인지해 출동을 요청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을 본다면 감옥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해 탈옥을 돕는 사례도 등장한다. 감옥과 같은 중요한 시설일수록 시스템 보안은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무선으로 조작하게 된다면 해킹 위험에 더 노출되기 쉽다. 이를 위한 양자암호통신도 현재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블랙미러: 베타테스트'. [사진=넷플릭스]
'블랙미러: 베타테스트'. [사진=넷플릭스]

감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한 ‘가상현실(VR) 감옥’도 있다.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처음 등장한 이 감옥은 강제로 VR 세계에 들어가 수감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뇌 활동을 조작해 현실의 1분이 VR 세계의 한 달, 혹은 그 이상이 되는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 ‘인셉션’에서 더 깊은 꿈의 세계로 빠져들수록 시간이 늘어나는 원리다. 디바이스를 쓴 VR이 아닌 신경계에 직접 접속하는 VR인 만큼 시간 조작도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중 ‘베타테스트’에도 등장한다. 

실제로 이런 감옥이 가능하다면 단 1개월만 수감해도 수십 년 동안 가둬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로부터 격리’라는 감옥의 기능에 부응하는지 알 수 없다. ‘기묘한 이야기’의 경우는 최악의 감옥에 수감된 만큼 단 한 달 만에 늙어버려서 출소한 모습을 보여준다. ‘교정’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n번방' 최초 설립자로 알려진 '갓갓'에게는 어떤 감옥이 어울릴까? [사진=연합뉴스]

최근 ‘n번방’부터 ’경비원 갑질‘까지 사회적 공분을 사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여기에는 수십만명이 동의하고 있다. 

법은 주어진 정서 안에서 정의롭고 공정하게 죄를 벌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재범을 유발한다면 법에 부합하는 정서도 변했다는 의미다. 지금의 법이 국민 다수의 정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법이 더 독해질 수 없다면 감옥이라도 혁신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감옥도 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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