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에 손 잡은 삼성-현대…“한국판 뉴딜 부응”
상태바
위기 앞에 손 잡은 삼성-현대…“한국판 뉴딜 부응”
이재용-정의선, 전기차 배터리 협력 방안 논의…전장사업 협업도 기대
시내면세점 특허 당시 이부진-정몽규 연합…면세점 위기 속 가시적 성과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5.14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국내 재계 서열 1, 2위를 다퉜던 삼성과 현대家는 사업영역이 달라 접점이 거의 없었다. 이병철 회장 시절 삼성은 전자와 밀가루·조미료 등을 생산했고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와 건설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2대 경영으로 이어진 후에도 두 회사의 사업규모가 확장돼 일부 겹치는 영역도 생겼지만 여전히 두 회사가 협업을 하는 일은 찾기 드물었다. 그런 삼성과 현대가 3대 경영에 이르러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현장을 방문했다. 

현대차에서 공급하는 전기차에는 그동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들어가고 있어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방문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다. 

삼성SDI는 내년 공급을 목표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젠5’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젠5’는 1회 충전으로 600㎞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양산차보다 20% 더 가는 수준이다. 

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 일본연구소와 함께 1회 충전으로 최대 800㎞를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종합기술원은 소재와 기술 연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청와대에서 재계 인사를 초청할 때나 인사를 나눴을 뿐 사업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이끌 신성장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언급하면서 재계 두 오너가 화답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15년 5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HDC 회장이 HDC신라면세점을 만들기로 협력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HDC신라면세점]

◇삼성-현대 협업은 2015년 시내면세점부터?

앞서 2015년 유통가에 불었던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정몽규 HDC 회장과 협업해 입찰을 따내고 HDC신라면세점을 만들었다. 

정몽규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동생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해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자동차 회장,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 등을 지냈다. 

삼성과 현대의 협업은 사실상 HDC신라면세점이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시내면세점 특허가 확대됐고 이때 신라면세점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협력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의 협력은 이부진 사장과 정몽규 회장이 직접 만나 타진해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현대가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시내면세점 경쟁에 참여하고 있었고 삼성가에서도 신세계백화점이 시내면세점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와 HDC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내 그 해 12월 24일 용산아이파크몰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열었다. 이 지점은 호텔신라가 운영하던 기존 신라면세점과 별도의 지점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가 정책 부응 위한 협력…실리도 추구

삼성과 현대의 협업은 국가적인 이슈가 있을 때 이뤄졌다. 시내면세점 입찰은 당초 박근혜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고 한국 방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당시 HDC신라면세점은 신규 시내면세점 중 가장 먼저 흑자전환할 정도로 사업성과가 뛰어났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고 추가 입찰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재 시내면세점 사업은 대부분 고사 상태다. 당시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던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은 서울시내 면세점 과다경쟁으로 적자를 보다 최근 사업을 철수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협업도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3대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이에 부응한 것이다. 다만 두 오너의 만남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제 협업도 가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를 방문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협업이 언급됐으나 삼성과 현대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후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하만은 19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후 최대 규모 적자다. 

현대차는 그동안 신차 일부에 하만카돈, JBL, 렉시콘 등 하만의 카 오디오를 설치해왔다. 여기에 배터리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