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사장(오른쪽)과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사무실을 방문해 조합 관계자와 면담한 뒤 나오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사장(오른쪽)과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사무실을 방문해 조합 관계자와 면담한 뒤 나오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오는 30일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벌이는 수주전이 격화되고 있다. 브랜드는 삼성물산이 우위지만 사업 조건은 대우건설이 우세하다는 평가로 집약되는 가운데 양 사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홍보 공방’을 벌이고 있다.

13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이날 반포3주구 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노사신 반포3주구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관계자들과 환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대우건설이 제시한 입찰조건들은 우리 임직원들이 반포3주구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결과”라며 “입찰제안서와 계약서 내용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건설사 사장이 조합 사무실에 방문해 직접 수주를 위한 홍보 활동에 나선 것은 도시정비사업 역사상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행보를 두고 “반포3주구를 놓치고 싶지 않은 대우건설의 절박함이 드러나는 동시에 수주 경쟁 온도가 얼마나 달아올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대우건설이 최근 자신 있게 내세웠던 ‘리츠 사업’이 틀어진 것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일반분양분을 리츠에 출자한 뒤 임대하고, 임대 기간이 끝나면 매각하는 리츠 출자 방식을 조합에 제안했지만 서울시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반포3주구를 향한 대우건설의 ‘러브콜’은 쉴 틈 없이 전개돼왔다. 지난 9일에는 “새 아파트는 에너지 절감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대세”라며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절감형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11일에는 유엔 스튜디오(UN Studio) 등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트릴리언트 반포’의 설계안을 공개했다. 대우건설은 “이는 다이아몬드를 가장 아름답게 세공하는 커팅 방식인 ‘트릴리언트 컷팅’에서 얻은 모티브”라고 조합원들에게 어필했다.

삼성물산은 이를 의식한 듯 대우건설이 설계안을 공개한 같은 날 “단지 중앙에 축구장 약 3배 크기의 자연숲(2만㎡ 규모)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의 차세대 조경 그룹 슈퍼매스 스튜디오(Supermass Studio)와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연숲을 조성해보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수주 열기가 달아오르며 지나친 과열 양상도 보인다.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홍보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홍보물 이외 문건’들이 발견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양 사는 당초 홍보물을 각각 3개씩을 보내기로 합의했지만 우편물 일부를 개봉한 결과 삼성물산의 홍보물에 무려 6개가 들어 있었다. 반포3주구와 관련 없는 신반포15차 재건축 해지총회 책자까지 동봉돼 있었다는 전언이다. 결국 대우건설의 항의로 삼성물산은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다시 포장해 보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발 더 나아가 대우건설은 최근 서초구 방배경찰서에 삼성물산과 A조합장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입찰방해·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A조합장이 반포3주구 조합원에게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공모를 했다는 주장이다.

양 사의 행위가 반포3주구 입찰을 혼탁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을 받으면서 서울시가 수주전에 위법행위가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반포3주구 재건축 수주전 모니터링에 돌입했고 오는 15일까지 시청 관계자와 서초구청 관계자, 변호사 등 10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들은 반포3주구 수주전에 참여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제안서와 홍보 책자 등을 검토하고 위법 요소가 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반포3주구가 한남3구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건국 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인 한남3구역은 지난해 시공사 입찰에 나섰지만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과열 경쟁에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점검에 나서면서 입찰이 무효됐다. 이 과정에서 한남3구역의 사업은 일정이 반년가량 지연됐다. 반포3주구는 클린수주 시범사업장으로 선정된 터라 입찰 과정에서 엄격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노우창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실장은 “반포3주구 시공자 선정은 반포 일대 대단지 재건축 사업으로는 사실상 마지막 수주전으로 먼저 깃발을 꽃고 싶은 건설사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과열 수주 경쟁으로 지속적으로 위법 사항이 적발될 경우 되레 입찰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양 사에 적법한 진행을 촉구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