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LF 헤지스 맨 룰 429, SI 비디비치와 한섬(이 지분을 인수한 클린젠) GB20. [사진=각사]
왼쪽부터 LF 헤지스 맨 룰 429, SI 비디비치와 한섬(이 지분을 인수한 클린젠) GB20. [사진=각사]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샤넬, 캘빈 클라인, 디올, 입생로랑, 아르마니, 지방시, 에르메스, 겐조, 질 스튜어트, 몽블랑, 톰 포드, 발렌티노, 베르사체, 구찌….

이들 해외 유명 브랜드는 공통점이 있다. 패션을 먼저 떠올리긴 하지만 뷰티 분야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또 이들은 한국 OEM·ODM 제조업체인 코스맥스, 한국콜마와 파트너이거나, 혹은 이탈리아 밀라노를 본사로 한 인터코스 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섬이 뷰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향후 전개 양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 패션·뷰티 브랜드 성공사례도 있거니와 패션 단일 매출이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뷰티가 필수인양 떠올라서다.

하지만 앞서 패션 업계에서 대기업 계열 또는 유명 브랜드라고 뷰티에 뛰어들어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선도적으로 사업에 나선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고 유일하다시피 성과를 거둔 반면, 여타 기업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견 패션기업 가운데 여전히 본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곳도 다수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뷰티 제품들. [사진=신세계 인터내셔날]
신세계 인터내셔날 뷰티 제품들. [사진=신세계 인터내셔날]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는 SI는 지난해 뷰티 부문 매출액 3680억원을 달성했다.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첫해 1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0년이 안된 사이 비약적 발전이다.

지난해는 뷰티 부분 두각이 한층 돋보였다. 2019년 총매출 1조570억원 가운데 뷰티 점유율은 25.8%이지만, 뷰티 영업이익은 684억원으로 점유율이 80.9%에 이른다.

처음부터 순항이었던 것은 아니다. 비디비치는 5년간 영업손실을 내다가 2017년에 이르러서야 흑자로 전환했고 2018년 1250억원, 2019년 2100억원을 달성하며 수직 성장했다.

SI 관계자는 “2018년 자체 브랜드 연작 론칭과 수입화장품으로 바이레도, 딥디크 등을 들여오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패션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헤지스 맨 룰 429. [사진=LF]
헤지스 맨 룰 429. [사진=LF]

이런 가운데 LF의 뷰티 분야 부진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갖게 한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생활용품 위주였던 LG생활건강이 뷰티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2006년 LG상사에서 계열 분리한 LG패션이 전신인 LF는 2014년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패션 외에 대표할 만한 또 다른 축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3년차인 화장품 사업 부진을 예단하기엔 성급할 수도 있다. LF는 2018년 헤지스 매장 판매용으로 남성 화장품인 ‘헤지스 맨 룰 429’를 출시했다. 나름의 성과라면 반응이 좋아 CJ올리브영 등 여타 채널로도 진출했다. 또 올해 1월 중국 커머스 플랫폼 ‘사오홍수(小红书)’ 등에도 입점하며 해외 시장에도 첫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출시했다. 동물성 성분을 쓰지 비건 화장품으로 백화점 중심으로 채널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LF 관계자는 “뷰티 사업이 유리한 점은 패션에 비해 해외 시장 진입장벽이 낮다”며 “아직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미미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국내외 사업에서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클린젠 GB20. [사진=클린젠]
클린젠 GB20. [사진=클린젠]

한편 11일 뷰티 사업 진출을 발표한 한섬은 일견 SI를 떠올리게 한다. 미백·주름·탄력 등에 효과가 있는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 노하우를 보유한 클린젠 코스메슈티칼 지분을 51% 인수하는 방식을 취해서다.

이와 동시에 샤넬이나 디올 등 명품 브랜드 전략도 예상된다. 실제로 한섬측은 타임, 마인 등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언급하며 고품격 이미지를 투영해 프리미엄 스킨케어를 출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1만2673개 화장품 업체가 있고 포화상태라 할만하다”며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가 한동안 흥했다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고 대기업 계열사 역시 차별화 전략을 잘 세우지 않으면 성공이 쉽지만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