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정비창 부지. [사진=용산구청]
용산 정비창 부지. [사진=용산구청]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공터로 남아 있는 서울 용산구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 규모 ‘미니신도시’를 짓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도심을 관통하는 용산의 지역적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공공주택 중심의 사업인 데다, 정비사업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잇따라 좌초했던 기존 용산 프로젝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6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를 통해 서울 용산구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 규모 미니신도시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의 개념은 ‘도심형 공급주택’을 공급해 도심 내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기존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에서 계획했던 5000가구보다도 3000가구가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전체 8000가구 중 절반 가량은 공공주택, 나머지 절반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민간에 분양할 계획이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은 “미니신도시급으로 업무기능, 상업기능, 주거기능 등을 융·복합한 계획을 담을 것”이라며 “서울시와 코레일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빠르면 내년 중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번째 서울 도심의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인 만큼 시장과 업계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사업의 내용과 방식을 보면 잇따라 좌절했던 기존 용산 프로젝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2007년 오세훈 전 시장의 대표 정책인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하면서 총 31조원에 달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시작됐다. 정비창 부지를 포함시켜 용산을 여의도와 함께 국제업무 및 문화 거점의 중심권역(Urban Core Zone)으로 만들겠다는 역대급 개발계획이었다. 이 여파로 당시 용산 일대는 강남권을 뛰어넘는 ‘부동산 붐’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곧 들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급변했다. 사업 주체나 다름없던 삼성물산은 손을 뗐고, 시행사인 드림서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PFV)가 자금난에 빠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이 사업은 2013년 좌초됐다.

5년 뒤인 2018년에는 박원순 현 시장이 용산 정비창 부지와 여의도를 묶어 개발하겠다는 ‘여의도·용산 통개발’ 구상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 일대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의도와 용산을 서울을 대표할 국제업무·상업 복합지구를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대외적 여파가 아닌 순전한 박원순 시장의 의지로 사업을 좌초시켰다. 당시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에 방점을 찍었던 박 시장은 계획 발표로 용산과 여의도 주변 집값이 급등하자 “여의도와 용산 재개발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면서 통개발 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이번 정비창 부지 미니신도시 계획 역시 사업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일각에서는 전례들보다 더욱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공공주택에 초점을 맞춘 만큼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이 들고 나왔던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처럼 민간 동력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체 8000가구 중 절반 가량은 공공주택으로 계획됐다. 이렇다보니 개발에 돈을 댈 민간 자본은 물론 실질적인 개발에 착수할 시행사와 건설사를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기존 용산계획이 국제업무·상업 복합지구로 일종의 ‘콤팩트시티’를 조성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발표는 ‘임대주택’이 키워드라 방향이 전혀 다르다”며 “임대주택 확대에 대한 기존 주민들과 건설업계의 반발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용산의 입지를 고려할 때 서울의 랜드마크 격으로 개발해야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우창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실장 역시 “용산의 경우는 서울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공공주택으로 구성된 주거지역보다는 용산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특화지역으로 육성하는 개발이 절실한 지역”이라며 “건폐율을 낮추고 용적률을 상향해 초고층 건물을 짓고 공지는 기부채납을 해서 시민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된 상황이라 사업 추진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용산 정비사업은 주변 집값이 오를 전망이 나와야 조합원들이 동의서를 제출할텐데 재건축 규제가 강하고 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사업성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때처럼 대규모 업무시설이나 고급 주거지를 조성하는 게 아니어서 고급 유효 수요를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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