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LG화학 가스누출 사고로 현지 여성이 자리에 주저앉은 뒤 그대로 쓰러진 상황. 여성 뒤편으로도 쓰러진 주민들이 보인다. [사진=트위터 캡처]
인도 남부 LG화학 가스누출 사고로 현지 여성이 자리에 주저앉은 뒤 그대로 쓰러진 상황. 여성 뒤편으로도 쓰러진 주민들이 보인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LG화학의 인도 현지 공장에서 화학가스가 누출돼 최소 13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입원하는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집계되는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화학사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된 에너지저장장치(ESS) 폭발 건에서도 사고 발발률이 독보적으로 높았던 데다 이번 인도공장 사고로 사상자를 내면서 ‘안전 결격’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8일 로이터통신은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있는 LG화학 현지법인인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화학가스가 누출돼 최소 13명이 숨지고, 1000명 가까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치료받는 환자 중 25명은 의식이 없는 중태여서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은 요구르트병이나 시디케이스 등 다양한 소비재에 쓰이는 비닐 고분자인 폴리스타이렌(PS) 수지를 생산해왔다. 경찰 당국은 공장 내 5000톤 규모 탱크 2곳에서 스타이렌 가스가 샌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고 당시 공장에는 인력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이후에는 당시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과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관련 영상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한 여성은 길가에 서 있다가 갑작스레 주저앉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그 여성 주변으로도 이미 여러 명이 쓰러진 상황이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현지 트위터 등을 인용해 수백 명이 의식을 잃거나 호흡곤란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다수 현지인들은 가스에 노출돼 호흡 곤란이나 구역질 등을 호소했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주민들의 다급한 모습도 영상에서 그대로 노출됐다. 의식을 잃은 현지인 중에선 어린이 모습도 보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인도 당국은 현장에 구조대와 경찰을 파견해 조사 중이며, 공장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을 내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내무부와 국가재난관리국에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LG화학의 인도 현지 법인 LG폴리머스인디아 경영진들은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더힌두와 인디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비사카파트남 인근에 위치한 고팔라파트남 경찰은 전날 LG폴리머스인디아 경영진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인도공장 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LG화학의 미흡한 인식과 부실한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화학사로서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경각심과 신중함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다.

가스 누출사고의 원인 물질로 지목된 ‘스티렌’은 공기 중에서 산소와 결합하면 독성이 강한 이산화스티렌(styrene dioxide)을 형성한다. 스티렌으로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면 호흡기에 자극이 일어나 기침, 구토, 두통, 호흡곤란, 폐부종 등 증상이 나타나며, 많은 양에 노출되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LG화학이 안전성 결여로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 사례 뿐만이 아니다. LG화학의 주력 상품인 배터리 소재인 ‘리튬이온’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ESS에 탑재된 배터리 중 LG화학의 제품이 가장 높은 화재 발발률을 일으켰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최근 코로나19 여파에도 배터리공장 투자금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7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받는가 하면 유럽 시장 선점을 위해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에 200명의 기술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ESS 폭발 사고에 이은 이번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로 LG화학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관리에 심각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서 기존 전기차 및 완성차 기업들과의 계약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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