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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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파생 금융상품으로 개발된 상장지수증권(ETN)이 개미들(개인투자자)의 '묻지마'식 투자 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금융당국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ETN 및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해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했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원유 선물 ETN '사자'를 이어가면서 투기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1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ETN 시장이 개설된 이래 가장 큰 금액이다. 지난해 12월엔 207억원이었는데 이후 4개월 만에 무려 20배나 늘어나며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만해도 거래대금이 300억원대 초반을 보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243억원으로 급증, 이후 4월 들어서는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거래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함에 따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ETN을 중심으로 투기적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로 보여진다.

실제로 ETN 시장 거래대금이 하루 8950억원으로 거의 1조원에 육박하며 일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달 6일 원유 선물 연계 ETN 14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은 8551억원에 달했다.

이날 전체 ETN 거래대금의 96%가량은 원유 선물 연계 ETN 거래대금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거래가 몰리면서 가격 왜곡 현상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유가 급락으로 지표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 매수세가 이어진 결과 지표가치 대비 ETN 시장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특히 WTI 선물 가격의 일간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WTI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의 경우 괴리율이 지난달 한때 1000%에 육박하면서 지표가치의 10배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투자 손실 우려도 커졌다. 거래소는 "투자자가 ETN을 지표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하여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수차례 주의를 당부했으며 금융당국은 소비자경보 최대 등급인 위험 경보까지 발령했다.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사진=KB국민은행]

개인 순매수 상위 1위인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지난주 주가가 79.67% 폭락했고, 그 뒤를 이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역시 한 달 새 53.09% 하락했다.

그 외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55.67%)과 '신한 WTI원유 선물 ETN(H)'(-52.14%) 등도 일제히 급락하면서 ETN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지난달 월간 기준 평균 수익률은 -36.78%에 그쳤다.

그러나 개미들의 투자 열풍을 꺾기는 어려웠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4일부터 사흘 연속 인버스 원유선물 ETN·ETF를 53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명 주식카페서 아이디 'rxttexx'를 사용하는 한 투자자는 "본인도 원유 레버리지에 적극 투자중이다"며 "장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고 거래정지가 풀리면 큰 폭으로 상승해 많은 이득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uooppxx'아이디를 쓰는 투자자는 "일생일대 마지막 기회가 될 지 모른다"며 "부자가 될 기회를 놓치면 평생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집을 팔아서라도 투자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카페 회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반면 'gfwqxx' 아이디를 쓰는 다른 투자자는 "주식은 그 자체가 거래대상이기 때문에 거래정지로 쿨다운 시킬 수 있다. 반면 유가 ETN 등은 거래정지 시켜봐야 유가에 연동된 파생이기에 유가 자체가 폭락하면 괴리율만 폭발하게 된다"며 "금감원, 거래소가 아마추어 같은 판단을 한게 맞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ETF·ETN 등 상장지수상품(ETP)의 가격은 결국 순자산가치(NAV)라는 기준 가격으로 수렴하게 되므로 기준 가격 대비 고평가된 ETP의 경우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평가된 ETN을 비싸게 매수한 뒤 향후 괴리율이 좁혀지며 가격이 하락할 때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으며 선물이나 원자재 등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종목에 대한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있지만, 괴리율이나 롤오버(월물 교체) 등 일반 주식과는 또 다른 투자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며 "특히 남들이 투자하니 나도 따라간다는 방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고 투자 주의를 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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