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언젠가 모 기업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현재 상속세 비율로 봤을 때 경영승계는 지금 오너들까지다. 지금 오너들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꽤 그럴싸한 이야기다. 국내 5대 그룹사의 경우 총수의 지분을 적법한 절차로 상속하려면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장기간 재원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상속 받은 지분으로 세금을 내면 다음 세대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 ‘승계’의 목적이 희미해지는 순간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해방 전후로 생겨났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폐해진 국가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던 창업주들의 노력으로 회사가 성장했고 국가의 경제성장에도 기여했다. 

정치적 암흑기 속에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에 가담했고 그 과정에서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무너진 기업도 있었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살아남아 현재에 이른 기업도 있다. 거친 풍파 속에서 이 정도 버텼으면 잘 살아남은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변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는 더 좁아지고 더 투명해졌다. 밀실에 숨어서 이익을 챙기고 거래를 하는 일은 앞으로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과거의 일들도 언젠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당연히 기업의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선언한 만큼 앞으로 재계에도 변화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 게임회사 등 ICT 업계에서는 이미 오너 중심의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너 중심의 주요 대기업에서는 경영승계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이 당연한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산업 질서가 재편되면서 기존의 방법으로는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는 산업에 전문성을 확보한 경영인이 신속하고 책임있는 판단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경영승계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에서 이 같은 선언이 나온 만큼 다른 대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경영 환경에서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떻게 체계를 바꿔야 할지는 지금 기업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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